‘사물의 비밀’ 감독 “빼앗긴 50개관 돌려주세요…피눈물”

‘사물의 비밀’ 감독 “빼앗긴 50개관 돌려주세요…피눈물”

기사승인 2011-11-21 00:05:01

[쿠키 영화] 영화 ‘사물의 비밀’ 감독인 필름프론트 이영미 대표가 예정된 개봉관 숫자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 개봉관 수와 열악한 대우에 대해 “상도에 어긋난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20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 개봉 3일 후 돌아가는 상황들을 보다가 너무 마음이 아파 이 글을 씁니다. 본 영화의 감독으로서 너무 당황스럽고 억울하다”며 말한 뒤,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17일 ‘사물의 비밀’이 상업영화로서 극장에서 개봉을 했고, 이제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이게 된 감동을 느낄 사이도 없이 많은 고뇌가 저를 잠 못 이루게 합니다. 10월 20일 제작보고회를 시작으로 11월 2일의 기자시사, 1400명이 참석한 VIP시사회에서의 반응, 그리고 10여 차례의 일반 시사를 통한 관객님들의 좋은 반응들에 이런 상황을 예측 못했었는지도, 그만큼 순진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영화사에 전화가 계속 옵니다. ‘도대체 이 영화 어디서 볼 수 있냐?’고. ‘왜 강남에는 개봉관이 이리 없냐?’ ‘시간배정은 왜 이렇냐?’고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입소문과 보고 싶어하는 관객 분들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가서 볼 극장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 얘기를 듣는 제 가슴은 찢어집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 주에 22개의, 유례없이 많은 영화들이 몰렸다는 점은 알지만, 개봉 일주일 전까지 50~100개관을 배급사와 함께 계획했고 확정적으로 알고 있었던 저희가 개봉날 직전에 20개도 안 되는 극장수로, 그나마 ‘퐁당퐁당’(개봉 영화 중간 중간에 상영시간을 끼어넣는 것)이 되어버려 한 주도 기약할 수 없어졌다는 현실에 경악하였습니다. 아무런 사전 양해도 없이 저희의 상영관을 고스란히 잃어버린 것입니다. 저와 작은 영화사 ’필름프론트‘ 식구들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철퇴였습니다”며 “그래도 눈물을 머금고 상영 일부터 극장을 돌아보았는데, 그나마 몇 개 안되는 서울 변두리 극장들에서조차도 메이저와 마케팅비 많이 쓴 영화의 포스터들만 걸려있고 심지어 전단 배치도 잘 안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것조차도 작은 영화는 밀린단 말인가요?”라고 답답해했다.

또 “‘독립자본의 상업영화’가 설 길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이러니, 이보다 더 작은 독립영화들은 어떤 조건일까요? 제 영화가 한번 볼 가치도 없는 그런 영화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선보여 관객들의 냉정한 반응이든 호응이든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열어주기 바랍니다. 이건 상도에 어긋납니다”며 “시나리오부터 투자/배급을 받기 힘들어 결국 저 개인이 발로 뛰어 힘겹게 제작했고, P&A도 저희가 힘겹게 뛰어 투자를 끌어오면서 고생했던 모든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옵니다. 결국 영화를 만들고, 열악한 예산에서 최선의 광고홍보를 하였고, 영화제와 여러분들의 평가와 사랑을 받은 기쁨도 잠깐, 이렇게 정정당당히 겨뤄볼 기회조차 박탈당해야 합니까. 저는 피눈물이 납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저희가 뺏긴 50개의 극장을 돌려주십시오. ‘독립자본의 상업영화’와도 함께 공생한다는 믿음을 보여주십시오. 이러한 진정성을 무시함으로써, 모든 걸 다 걸고 영화를 만든, 아무리 힘들어도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꿋꿋이 한국영화계를 지켜온 사람들을 벼랑 끝에 내몰지 말아주기를 바랍니다”라고 호소했다.

영화 ‘사물의 비밀’은 사물의 눈으로 바라보는 색다른 사랑의 이야기로, 장서희, 정석원, 이필모 등이 출연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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