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이슈] 타인의 삶마저 상품화시키는 예능프로그램 ‘위험’

[Ki-Z 이슈] 타인의 삶마저 상품화시키는 예능프로그램 ‘위험’

기사승인 2011-11-26 13:04:01

[쿠키 연예] 연예인의 삶은 상품이다. 자신의 사랑을 팔고, 추억을 팔면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몸 가치를 올렸다. 그런데 이 상품이 어느 순간 연예인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폭로전이 이어지고, 추억 속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연예인의 삶을 집어넣으면서부터다.

최근 DJ DOC의 이하늘과 전 멤버 박정환의 사태는 이런 연예인 사람의 상품화가 자칫 어떤 상황까지 만드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1994년 DJ DOC라는 이름으로 정규 1집을 낸 이들은, 1집 이후 박정환이 빠지고 2집 정재용이 투입하면서 헤어지게 된다.

박정환이라는 이름이 대중들에게 사라진 지금, 이하늘과 김창렬은 지난 3일 방송된 KBS 2TV ‘해피투게더3’에서 멤버 교체와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 놓던 중 박정환을 ‘박치’라고 표현했다. 박정환은 이 말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15일 영등포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이하늘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사과하면서 방송까지 하차했지만, 박정환은 고소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방송의 재미를 위해 했던 말실수가 친구에게 상처를 줬고, 결국 법적인 문제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무심코 혹은 방송을 위해 던진 말이 일파만파 퍼진 사례는 국내외로 무수히 많다. 2007년 이영자와 이소라는 다이아몬드 가짜 논란으로 한동안 관계가 소원해졌고,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은 방송에서 박재범과 관련해 발언했다가, 싸이더스HQ의 정훈탁 대표와 보도자료까지 내는 설전을 벌였다.

2008년에는 붐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예인 3명과 사귀어봤다’는 말과 함께 ‘그 중 한 명이 준코다’라고 했지만, 준코가 미니홈피를 통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지난해 이경실은 한 케이블 방송에서 “한 여자 후배에게 잊지 못할 굴욕을 당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고, 이에 여러 후배 연예인들이 물망에 오르면서 인터넷을 뒤흔들었다.
최근에는 카라 구하라가 인사 안하는 후배 걸 그룹 이야기를 꺼내면서 가요계 예의 논란까지 일으켰다.

이 때문에 ‘강심장’ ‘해피투게더’ ‘세바퀴’ 등의 지상파 토크 프로그램은 물론 ‘순위 정하는 여자’ 등의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자신의 추억은 물론 타 연예인들의 삶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위험 수위가 넘었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연예인들의 폭로를 검증할 방법도, 제재할 방법은 없다. 특히 그것이 ‘모 연예인’등으로 거론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일부 연예인들은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예능에서 뜨기 위해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준비해 가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방송사 역시 시청률 때문에 이를 특별하게 편집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실언으로 이어지거나,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고, 해당 연예인 스스로 무덤을 파게 되는 상황까지 몰고 가는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과거에는 방송사에서 시청률 때문에 연예인들에게 일부러 좀더 자극적이고 눈길을 끌만한 내용을 말해줄 것을 은연 중에 요구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연예인 스스로 주목을 받기 위해 방송사 요구보다 더 심한 내용을 방송 중 말하기도 하다”며 “사실 방송가에서 이번 이하늘과 박정환의 사태를 접하면서 ‘실언에 대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어쩌다 한번 생긴 일이라 생각한다. 연예인들도 여전히 방송에서 자신의 과거나 다른 연예인의 삶을 상품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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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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