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한미FTA 날치기 국회비준 무효 집회가 지난 23일부터 6일째 열린 가운데, 누리꾼들과 트위터리안들 사이에서는 연예인들의 집회 미참여를 두고 여러 가지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주로 진보 성향의 대중들이 활동하는 트위터와 인터넷에서는 이번 한미FTA 날치기 국회비준 무효 집회에 참여해주길 바라는 글들이 적잖게 올라오고 있다. 기존에 트위터를 통해 사회적 발언을 해 온 김제동, 김여진 뿐 아니라, 여타 다른 연예인들도 참여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다.
특히 지난 25일 개최된 청룡영화제에서 영화 ‘최종병기 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류승룡이 “청룡영화제 시상식을 설마 내년에는 미국인이 하는 건 아니겠죠”라고 한미FTA를 겨냥한 발언을 했고, ‘부당거래’로 감독상을 수상한 류승완 감독이 “세상에 모든 부당거래에 반대한다. 이에 22일 있었던 한미FTA에 반대한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거론한 이후에는 연예인들이 한미FTA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해주길 바란다는 의견들이 속속 제기됐다.
물론 이에 대해 역으로 한미FTA 국회 비준에 반대하는 연예인들에 대해 “좌파”라며 비난하는 글도 종종 보이고 있다.
연예인들의 참여에 대해 한미FTA를 반대하는 측이나, 찬성하는 측 모두 민감한 이유는, 연예인들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과거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두 달 넘게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연예인들의 발언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을 잘 알고 있다.
2008년 5월 2일에 시작한 촛불집회가 15여 일이 지난 즈음 연예인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발언의 수위가 높아졌다. 이승환, 김장훈, 윤도현밴드, 김가연, 김민선, 김혜성, 김희철, 권해효, 문소리, 정찬, 이준기, 하리수, 이동욱, 고(故) 박용하가 직접 혹은 미니홈피 등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의 뜻을 남겼다. 역으로 정선희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촛불집회를 비하하는 듯 한 발언을 해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학습효과’는 현재 연예인들이 한미FTA 국회비준 무효 집회에 참여함에 있어 여러 가지 계산을 하게 만들었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인 A실장은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연예인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며 “지금 상황에서 찬성하는 말 한마디에 ‘좌파’가 되고, 반대하는 말 하나에 ‘수구세력’으로 몰린다. ‘개념 연예인’이라는 말 듣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이후 연예인으로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미FTA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쉽게 내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에 대해 일명 보수 언론이라 불리는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의 종합편성채널도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종편의 새로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해 연예인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개인적인 의견을 밝혀 한미FTA 비준에 일관된 입장을 보이는 언론사의 눈 밖에 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종편의 파워가 지상파를 능가할지 어떨지는 아직 모르지만, 현 상황에서 회당 수천 만 원대의 출연료를 제시하는 종편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있다. 가뜩이나 연예인들의 사회 참여에 대해 논란이 많은 가운데, 좌우 이념 문제에 휩쓸리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밝힐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는 과거 2008년 ‘촛불집회’ 당시에도 연예인들이 참여가 약 15여 일이 지난 후에나 활발하게 일어났던 것을 근거로 내세운다. 자신들의 발언이 파장이 큰 것을 알기에, 어느 정도 분위기를 보겠다는 것이다.
A실장은 “한미FTA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연예인들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개념’이라거나, 자신과 똑같은 혹은 반대 의견을 내세우는 것을 두고 극단적인 평가를 자제해줬으면 하는 것”이라며 “분명 연예인들도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