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1일 개국함과 동시에 종편에서 방송하는 드라마, 예능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뜻과는 별개로 논란에 중심에 섰다. 특히 이는 최근 한미FTA 날치기 국회 비준과 연계되어 그 파장은 넓어지고 있다.
1일 개국하는 종편은 JTBC(중앙일보), TV조선(조선일보), MBN(매일경제), 채널A(동아일보) 4개사다. 이들은 여러 달 전부터 드라마와 예능 위주의 편성 프로그램들을 발표하며, 동시에 출연 연예인들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거물급 톱스타들이 종편 드라마와 예능 출연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톱배우들의 출연료는 회당 5000만원 정도고, 아이돌의 경우에도 회당 300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배우는 5000만원 이상의 출연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졌다. 이렇게 해서 종편 4사가 현재까지 공개한 드라마와 시트콤은 10여 개가 넘는다. 겹치기 출연까지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주연급 배우만 50~60여 명이 한꺼번에 종편에서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여기에 김병만, 정준하, 정형돈 등의 개그맨들의 종편 출연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특정 방송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연예인들이 프로그램 성향과 작품, 출연료에 따라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에 자유롭게 출연하는 것이 사실 논란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드라마, 예능, 교양 등 프로그램적인 측면만 보면 그렇다.
종편 4사의 대주주가 보수언론이라 지칭되는 언론사들이며, 이들의 성향이 고스란히 종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예능과 드라마로 통해 유입된 시청자들이 뉴스와 교양 등을 통해 신문 4사의 성향을 따라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들 연예인들의 출연을 ‘논란’으로 삼는 이들은 단순한 ‘프로그램 출연’이 아닌, 이념적인 부분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과 모바일에서는 종편 출연 연예인들을 두고 치열한 설전이 종종 벌어졌다. 진보 성향의 누리꾼들과 트위터리안들은 ‘조중동매 종편 불시청운동’ ‘조중동매 종편방송출연 연예인 광고상품 불매 운동’ 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또 종편 출연 연예인들의 명단까지 작성되어,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 확대되어 1일에 있을 종편 4사 공동 개국축하쇼 무대에 서는 가수들까지도 거론되어, 비판하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다.
반대의견도 존재한다. 연예인들의 선택이 이념이 아닌 현실적인만큼 연예인들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작품과 출연료 등 현실적인 문제를 따져 갔을 뿐, 이들의 선택에 ‘조중동매’의 보수 언론이 자리 잡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미FTA 날치기 국회 비준 이후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종편을 소유한 신문사들이 한미FTA를 찬성하는 입장이기에, 국회 비준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한미FTA 반대 → 한미FTA 찬성 언론사인 조중동매 반대 → 조중동매 설립 종편 반대 → 해당 종편 출연 연예인에 대한 반감’의 순서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부 연예인들과 감독들이 한미FTA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이들과 종편 참여 연예인들의 선을 긋는 작업까지 들어갔다.
종편에 참여하는 연예인이나 소속사 관계자들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한 종편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예인 소속사 관계자는 “우리에게는 이것이 일이다. 이념과도 관계가 없고, 특정 정치적 성향도 없다. 지상파든, 종편이든, 케이블이든 출연료가 맞고 작품의 캐릭터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참여할 뿐이다. 그런데 마치 죽어야 마땅한 일을 한 것처럼 몰아세우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종편 소유 언론사들도 이에 대해 의식한 듯 지면을 통해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28일자 신문에서 ‘다른 케이블 출연 땐 가만있더니 종편(종합편성채널) 간다고 욕하는 일부 네티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내달부터 개국하는 케이블 신생 방송사 ‘종합편성채널’의 출연을 확정한 개그맨·방송인 등 예능인들이 일부 네티즌으로부터 무차별적인 악플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이 연예인들은 대부분 이미 다른 케이블 채널에 출연하고 있지만 네티즌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를 삼지 않아 대조적”이라며 “이런 악성 댓글 내용을 종합해 보면 결국 종편 출연 연예인들을 공격하는 네티즌은 종편의 대주주인 보수 신문사들에 대한 이념적·정치적 공세 차원에서 연예인들까지 싸잡아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연예인의 대중적 인지는 물론 정치 사회적 참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일일 뿐”이라는 말은 신중하게 해야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종편이 막대한 돈을 드라마나 예능에 쏟아 확보된 시청자들이 보수적인 ‘조중동매’가 선택하고 지지하는 성향의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을 보고, 그 안에 갇힐 우려가 있다”며 “아직 이념간 대립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이런 종편에 참여하는 연예인들은 보수 언론사들의 첨병 역할을 한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