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개국 전에도 말 많고 탈 많았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가 1일 개국 과정에서도 적잖은 논란과 사고를 일으켰다. 종편에 대해 반대하는 측은 물론 찬성하는 측조차도 이 불안한 출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제시되는 가운데, 종편 4사 예능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가요계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졌다.
◇ 기존 음악 프로그램과 겹치기에 ‘눈치’
현재 가수들이 출연하는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은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한꺼번에 대거 등장하며, 순위까지 매겨지는 류의 음악 프로그램은 KBS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Mnet ‘엠카운트다운’과 더불어 주로 신인들이 출연하는 아리랑TV - OBS 공동제작 음악프로그램 ‘Wave K’ 등이다. 현재 이 프로그램들의 녹화 및 출연은 거의 겹치지 않는다. ‘Wave K’가 수요일에 녹화를 하며, 이후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차례로 생방송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편이 음악 프로그램을 새로 신설하며 도전장을 던졌다. 이 중 ‘유희열의 스케치북’등의 토크 음악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JTBC의 ‘뮤직 온 탑’과, MBN의 ‘쇼! K뮤직’, 채널A의 ‘K-팝콘’ 등이 앞서 프로그램들과 비교될 프로그램들이다.
방송시간을 살펴보면, JTBC의 ‘뮤직 온 탑’은 8일 오후 6시 25분 첫 회를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방송된다. ‘엠카운트다운’과 겹치게 된다. MBN ‘쇼! K뮤직’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에 방송되는데, 월요일 혹은 화요일에 촬영을 진행한다. 촬영일로만 본다면 기존 음악 프로그램과 부딪칠 일은 없다. 채널A의 ‘K-팝콘’은 토요일 오후 10시 30분에 생방송된다. 시간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날짜로는 MBC ‘음악중심’와 겹치게 된다.
애초 음악 프로그램들 관계자들의 고민은 이 겹치기부터 시작됐다. 당장 ‘뮤직 온 탑’과 ‘엠카운트다운’을 어떻게 조절할지가 고민이었다. 기존의 굳건한 시청자는 물론 다양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CJ 계열의 ‘엠카운트다운’을 무시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거대 일간지와 스포츠지를 소유한 JTBC도 신경을 안 쓸 수 없기 때문이다. MBC ‘음악중심’와 채널A의 ‘K-팝콘’도 사실상 겹치기 출연으로 봐야하며, 이 역시도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특히 케이블인 ‘엠카운트다운’과 비교해, 지상파인 MBC의 눈치를 안볼 수 없는 상황에서 채널A로의 발길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형기획사와 중소형기획사 간의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지상파 3사와 케이블 음악 프로그램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는 대형기획사나 톱가수를 보유한 기획사들은 어느 방송사 장단에 맞춰야 할지 주판알을 튕기기가 고민스럽다.
인기 있는 가수들을 출연시켜야 시청률과 팬들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종편이 이들을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고, 대형기획사 입장에서 앞서도 거론한 거대 언론사와 스포츠지를 보유한 종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나 중소형 기획사 입장에서는 진입이 어려운 지상파 3사와 ‘엠카운트다운’ 보다는 보다 수월하게 종편에 출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일주일에 음악 프로그램에 잘해야 한두 번 얼굴을 내비치고, 그것도 대형 가수들이 나올 때는 밀리는 상황에서 종편은 숨통을 틀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가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선은 기존 음악프로그램에서 기성 가수들을 보여주되, 종편에서는 신인 가수 발굴 등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바람도 나왔지만, 단시간에 시청률을 잡아야 하는 종편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사실상 어려운 제안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종편이 개국하면서 다소 변화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 음악프로그램 VS 종편’을 팽팽하게 본 관계자들이 개국 후 시청률 등을 보면 “아직은 기존 음악 프로그램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개국일의 낮은 시청률과 현실 무시한 종편의 ‘무모함’에 반발
가요계 관계자들은 종편이 이념 논란까지 확대되고, 종편 출연 연예인들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발에 내심 혼란스러워했다. 가요계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위주로 판이 짜여지고, 이를 이끄는 이들이 젊은 세대라는 점에서 가요계 관계자들은 가수들의 종편 출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밀어주고, 거대 언론사가 받히고 있기에, 대중들의 관심이 시청률만 어느 정도 나오면 출연에 대한 부담감을 덜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요계 관계자들의 기대를 대표적으로 무너뜨린 것은 바로 종편 4사의 개국 축하쇼 ‘종합편성채널 개국공동 축하쇼 더 좋은 방송 이야기’ 1, 2부의 시청률이었다. 4사가 공동 중계한 이날 방송의 합산 시청률은 1부 1.953%, 2부 2.087%에 머물렀다. 채널별로는 MBN이 0.324%와 0.429%, JTBC가 0.544%와 0.802%, 채널A가 0.382%와 0.371%, TV조선이 0.703%과 0.485%의 시청률을 보였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미쓰에미, 박정현, 김건모, 김장훈, 태진아, 송대관, 인순이 등 화려한 스타들이 출연했고, 막대한 홍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률을 보인 것이다. 비록 개국 첫 날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10번대 채널과 그동안의 행보를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일 수밖에 없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종편이라는 방송사 개국 기념 방송인데, 이건 너무하지 않나 생각했다. 만약 음악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는데, 몇 개월 동안 1% 전후의 시청률만 나온다면 굳이 출연을 고민해야할까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여기에 현실을 무시한 종편의 무리한 힘겨루기도 가요계 관계자들의 반발을 샀다. JTBC가 Mnet가 비슷한 시간대에 편성을 잡은 것도 문제지만, MBN의 녹화와 채널A의 생방송 역시 가수들에게는 부담이기 마찬가지다.
MBN의 녹화는 날짜가 겹치지는 않지만, MBN으로 인해 가수들의 일주일 내낸 음악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또 채널A의 토요일 밤 생방송은, 당일 MBC에 출연한 가수들이 과연 여기에도 출연할 수 있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보통 드라이 리허설, 카메라 리허설, 본방송 등으로 이어지는 일정에서 두 프로그램의 출연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실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가수들의 어려움은 배가된다.
이 때문에 가요계에서는 종편이 힘겨루기를 위해 현실을 너무 무시한다고 말한다. 한 걸 그룹 소속사 관계자는 “하나의 음악 프로그램 무대를 준비하더라도, 긴 시간을 연습해야 한다. 게다가 의상과 콘셉트까지 생각한다면 일주일 내내 몇몇 음악 프로그램에만 집중해야 한다. 또 당일에도 사전 녹화는 물론 리허설과 방송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종편은 이런 것을 너무 무시하고 추진하는 것 같다”며 “특히 종편을 만든 언론사에는 이 같은 사정을 아는 이들이 많을텐데, 가요계를 너무 배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또 다른 걸 그룹 소속사 관계자도 “현재 종편까지 음악 프로그램을 합치면 10여 개다. 여기에 무슨 특집 프로그램에 상하반기 결산, 연말 시상식 등을 따지면 사실상 절반 이상은 포기하고 가야 한다”며 “그런데 종편이 자리 잡고 시청률을 지금 지상파 같이 올리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단기간에 앨범 내고 음원 수익과 인지도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지상파를 버리고 종편을 선택하겠는가. 그리고 ‘엠카운트다운’의 경우에도 CJ 계열의 수많은 채널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종편과 저울질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했다.
케이팝(K-POP)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국익을 올리는데 힘써야 할 시기에 자꾸 국내에만 잡아두려고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아직은’이라며 종편의 음악 프로그램을 비판할 시기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아직 선보이지도 않은 프로그램에 대해 미리 예단해서야 될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한 지상파 관계자도 “우리보다 나은지 아닌지는 일단 몇 번 보고나야 알 수 있는 거 아니냐. 가요계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기존의 음악 프로그램 시스템을 대비시켜 답답할 수 있겠지만, 차별화된 컨텐츠라면 혹 모를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까지는 기존 방송을 답습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이 같은 반발이 일어나는 것 같다. 만일 선보인 프로그램이 한두 달 정도 지켜봤는데, 그다지 차이가 없다면, 가수들의 행보는 결국 지상파로 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소녀시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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