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르 아브르’(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세상과 사람에 지친 이들에게 힘을 주는 영화다. ‘아직 정말 살만한 세상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동화 같은 이야기로 희망과 행복을 선사한다.
영화는 착하고 인정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거나 악당이 등장하지 않는다. 너무 착해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법한, 하지만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프랑스 서북부의 항구도시 르 아브르에는 구두닦이 일을 하는 마르셀 막스가 살고 있다. 아내 아를레티와 친절한 이웃들 사이에서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살던 그는 어느 날 아프리카에서 온 불법 난민 소년 이드리사를 마주한다. 경찰의 눈을 피해 그를 숨겨주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피신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하는 아내 아를레티는 불치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소년을 쫓는 경감 모네의 추적은 점점 조여 온다.
마르셀 막스는 넉넉하지 못한 수입과 아픈 아내를 두고도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모습이다. 사랑과 믿음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병원에 입원해있는 아내는 남편이 올 때쯤 되면 립스틱과 볼터치를 바르며 조금이라도 예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남편 막스 역시 아내를 만나러 가는 길에는 늘 꽃을 준비한다. 늙은 노부부의 사랑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낯선 소년 이드리사를 향한 조건 없는 사랑도 감동적이다. 자신의 위협을 무릅쓰고 불쌍한 이드리사를 돕는 모습은 ‘과연 나였어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약자를 위한 희생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친절과 사랑을 베푼 막스네 가정에 기적 같은 일들이 생기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욕심 없이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노부부의 삶은 돈과 명예를 떠나 좋은 이웃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축복인지, 집 앞에 핀 꽃나무 하나에도 행복해 할 수 있는 소탈한 삶의 기쁨이 무엇인지 느끼게 한다.
2011년 칸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작품으로 오는 8일 개봉한다. 전체관람가로 상영시간은 93분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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