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영화 '도가니'의 실제 모델인 광주 인화학교 출신 청각장애인들이 커피숍을 개업한다. 개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원작 소설 도가니를 쓴 소설가 공지영씨의 결정적인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대책위) 등은 인화학교를 졸업한 청각장애인들이 참여한 커피숍 '홀더카페'가 오는 21일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옥에서 문을 연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21일 광주도시철도공사 1층 로비에서 개업식을 가질 예정이며, 여기에는 소설가 공지영씨도 참석해 사인회도 열 예정이다.
대책위 등에 따르면 이들이 창업에 이르게 된 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2년 전부터 인화학교 출신 청각장애인들의 자립을 도와 온 대책위와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홀더'('홀로 삶을 세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약칭) 등은 이들의 창업점포 마련 후원금을 위해 '행복의 도가니-홀더 후원의 밤' 행사를 두 차례 열었다.
2009년 첫번째 행사부터 참여한 공지영씨 외에 올해 8월 열린 두 번째 행사에서는 트위터를 통해 사연을 전해들은 탤런트 김여진씨가 사회를 맡고 가수 박혜경씨가 '안녕', '레몬트리' 등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며 관심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했다. 또 이 자리에서 강운태 광주시장은 "적극 돕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걷힌 후원금은 기아자동차에서 후원한 500만원을 더한 약 3000만원. 커피숍을 개점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액수였다. 어쩔 수 없이 준비 과정이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때 공지영씨가 도가니를 출판한 '창작과 비평'에 제안을 해 각자 5000만원씩 총 1억원을 쾌척하기로 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결국 광주도시철도공사가 노사합의를 통해 '파격적 조건'을 내주면서 15~16평 남짓한 인화학교 출신 청각장애인들의 자립 출발 공간이 생기게 된 것이다.
'홀더카페' 운영에는 경력 8년차의 바리스타 임모(35)씨가 도움을 주기로 했으며, 인화학교 출신 청각장애인 3~4명이 일하게 된다. 이들은 일과 함께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도 병행할 예정이다.
오제헌(51) 홀더 운영위원은 "공지영씨가 쾌척 의사를 보내왔을 때 숨이 멎는 줄 알았다"며 "그 동안 영화 도가니로 인해 이 문제가 화제는 많이 됐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움직임은 없었다. 창업에 참여하게 된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한다. 공지영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창업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오 운영위원은 "개업할 커피숍 위치는 보험회사가 10개 이상 입점해 있을 정도로 좋은 자리다. 광주시, 광주도시철도공사 등에도 매우 감사하다"며 "'홀더카페' 점포를 지속적으로 추가 개점해 더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