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어린왕자’ 이승환이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 콘서트로 팬들 곁을 찾는다. 늘 “여자 친구가 생기면 연말공연을 열지 않고 공연을 보러 다니겠다”고 말해 왔으니 아직 여자 친구가 없는 모양이다.
지난 1일 드림팩토리 사무실에서 이승환을 만났다. 붉은 물방울무늬의 벽지와 각종 장난감, 인형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화 속 세상 같은 느낌과 동시에 어지러움을 느꼈다. 이승환은 “벽지를 본 사람들이 ‘매직아이’ 같다고들 한다.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창의력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다”라며 개구쟁이처럼 웃어보였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수퍼’ 동안외모를 가진 그는 젊은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확고한 철학도 여전하다. 1집부터 지금까지 모든 음반을 직접 제작한 그는 특별한 홍보활동 없이도 입소문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언제나 음악 하는 사람들은 남다른 태도를 취해야 한다”면서 “나이가 들었지만 젊은 음악을 하고 싶다. 때문에 인디가수들과 교류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우리나라에서 오버가수임에도 인디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저라고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인디가수들과 어울리며 대중적 인지도나 흥행 성적은 뒷전이 됐다. 그는 “오버도 좋지만 인디 음악들을 상당히 좋아한다. 오버와 인디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 온 것 같다”며 웃었다.
흥행을 포기하다 보니 어려움도 찾아왔다. “지난 1997년부터 인기의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소회한 그는 “특히 2010년 연말공연이 처절하게 망했고 이로 인해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당시 이승환은 집 밖에 나가지 않은 채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외로움에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고 강아지를 통해 큰 위안을 얻었다. 휴대폰에 저장돼 있는 강아지 사진을 보여 주며 ‘아빠 미소’를 짓기도 했다.
“책 3권을 사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토이푸들인 ‘지구’와 요크셔테리어 ‘달’ 두 마리인데 생활의 활력소가 됐고 다시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승환은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공연지신’이라는 타이틀로 연말 콘서트를 연다. 게스트로는 2인조 남성밴드 톡식이 출연하며 SBS 예능프로그램 ‘짝’의 패러디도 선보인다. 지난해 공연에 실패한 후 더욱 부담이 클 것 같은데 두려움은 없을까.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작년에 이미 바닥을 쳤기에 이제는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며 호탕하게 웃는 모습에서 자신감이 보였다.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하다’는 것이 그의 생활신조란다. 불행하지 않은 게 최고의 행복인데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으면 불행이 따라온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전에는 잊힌다는 것에 대해 매우 초조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잊혀져 보니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더라고요.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으면 사건사고가 많이 생기곤 하는데요, 그런 걸 원치 않습니다. 1997년부터 마니아적인 노래를 자주 만들면서 기존 팬들이 많이 등을 돌렸고 6집 앨범 ‘그대는 모릅니다’를 냈는데 외면당했습니다. 여기에 두 장짜리 정규앨범까지 망하면서 서서히 초조함이 익숙해졌어요.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기에 상실감도 크지 않습니다.”
이승환은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조금 있으면 50세가 되는데 가요무대가 아닌 인디페스티벌에 설 수 있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실에 고마워했다. 이런 마음이 동안의 비법일까.
“2주에 한 번씩 피부과에 가고 매일 아침 토마토를 먹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늙으면 몸이 늙는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이 늙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단어 중에 ‘어른들의 세계’가 있는데 ‘피터팬 콤플렉스’는 아니지만 순수한 생각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러면서도 “물론 욕정은 제외입니다”라고 강조하며 웃었다. 이어진 이야기, 이승환에게 있어 두 가지 목표는 공연이 잘되는 것과 좋은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란다. 그런데 왜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일까.
“여자를 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사람을 만날 기회도 많지 않고 여자 친구가 생기면 아무래도 (집에도 데려다 줘야 하고) 몸을 혹사할 일이 많아지는데, 공연에 지장이 가면 안 되니까 조심하게 되네요.”
이상형은 밝고 명랑한 스타일에 170cm 미만의 키를 가진 여성이다. 또 40대 여성은 만나고 싶지 않단다.
“가임기 여성을 만나고 싶습니다(하하). 정말 사랑해서 결혼하면 아이를 갖고 싶기 마련이잖아요. 아이한테는 조금 미안하겠죠? 대학교에 가면 아빠 나이가 70대가 될 테니 말이죠.”
40대 여성 외에도 또 하나의 제외조건을 댔다. 연예인이면 안 된다는 것. 철저한 비밀연애를 하고 싶기에 연예인을 사귀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연애와 더불어 이루고 싶은 꿈 “젊은 음악을 꾸준히 하는 것”. 감각이 뒤처지는 게 가장 싫단다.
“10집도 그랬고, 이제는 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만족하는 앨범을 만들면 소수의 마니아들은 좋아해 줄 것이라고 믿어요. 요즘에는 영화음악에도 관심이 갑니다. 이민정 씨와 이정진 씨가 출연하는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음악도 만들었습니다. 물론 출연도 했고요. 앞으로도 변함없이 ‘젊은 음악’을 선보일 제 모습 기대해 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