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명지대 김종환(49·사진) 디자인학부 교수는 길거리 고양이를 키우는 ‘길냥이 아빠’로 불린다. 그는 자신의 연구실이 있는 경기도 용인 명지대 디자인조형센터 입구에서 고양이집을 만들어 집없는 고양이 10여마리를 돌보고 있다.
김 교수는 “단지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집을 만들고 먹이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길거리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학생들에게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7년전쯤 1층 실습실에서 수업을 하는데 밥을 못 먹고 떠돌던 길고양이가 교실 베란다에 기웃거렸어요. 그 고양이를 데려다가 밥을 주기 시작했죠”라고 회상했다.
김 교수는 이후 건물 입구에 고양이집을 만들고 매일 밥그릇에 사료를 채워 넣었다. 캠퍼스 주변을 떠돌던 고양이들이 밥을 먹으러 찾아들었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고양이가 쓰레기통을 뒤져 짬뽕 국물이나 라면 찌꺼기를 먹곤 했는데 요즘은 그러지 않는다”면서 “키우는 고양이 10여 마리 말고 밥만 먹고 가는 고양이도 3∼4마리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고양이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장거리 여행은 자제한다고 했다.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는 학생들에게 고양이 배식을 부탁한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료를 줄 수 있도록 연구실에 10㎏짜리 고양이 사료 3포대가 항상 구비돼있다. 길거리를 헤매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차에 사료를 실고 다니는 습관도 생겼다.
그는 “길냥이는 보통 2년 밖에 못 산다. 차에 치여 죽고 사람들이 버린 음식을 함부로 먹다가 죽는다”면서 “생명이 처참하게 망가지는데 사람들이 보고만 있는 게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공립 유기견보호소에 따르면 지난해 버려진 동물은 10만899마리로 7년전(2만5278마리)에 비해 급증했다. 주인의 무관심과 이기심 때문에 내쫓긴 동물들을 처리하는 비용도 한해 100억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유기동물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교수는 “일부 지자체는 길고양이를 포획하면 상금을 주고 마구 죽이던데 그 방법이 최선이 아니다”면서 “동물이 버려져서 떠도는 것도 결국 인간의 책임임을 상기한다면 유기동물과 공존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인=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