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그 어느 해보다도 다양한 일이 많았던 가요계다. 국내외적으로 성과도 있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존재했다. 올 한해 가요계에서 일어난 주요 일들은 정리했다. 케이팝(K-POP)의 세계화,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2’를 통해 이뤄진 보컬에 대한 재조명, 여전히 식지 않은 아이돌 가수들의 열풍까지 3차례에 나눠 다뤄봤다.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예능 뿐 아니라 가요계까지 영향을 미친 최고의 프로그램을 뽑자면 아마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거론하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난 3월 6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일요 예능의 한 축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나가수’는 논란과 함께 시작해, 감동으로 이어지다가 다시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가수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으로 프로그램을 만든 김영희 PD가 물러났고, 한달 만에 방송을 재개해 또다시 호평을 받다가 옥주현 투입이라는 무리수로 또다시 비판을 받았다. 사실 이때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인 ‘나가수’는 최근 적우로 인해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많은 대형 가수들이 ‘나가수’를 거쳐갔지만, 사실 초기 멤버인 이소라, 윤도현, 김범수, 박정현, 백지영을 비롯해 임재범, 김연우 등은 ‘나가수’의 엄청난 수혜를 입었지만, 이후 합류한 멤버들은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보컬리스트들의 뛰어난 노래로 승부를 했던 방송 초반과는 달리, 편곡과 퍼포먼스가 주를 이루며, 노래가 뒤편으로 밀려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란과 호평이 엇갈리면서도 ‘나가수’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일단 보컬리스트와 노래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댄스음악과 비주얼, 퍼포먼스로 무장한 아이돌 그룹에 지쳐있던 대중들은 노래로 감동을 받았던 2000년대 이전의 추억을 되찾았다. 음악을 눈이 아닌 귀로 듣는 체질로 되돌아간 것이다.
또 최근 곡보다는 과거의 곡을 주로 선곡했던 ‘나가수’ 때문에 명곡들이 되살아나 대중들과 만났다. 이 때문에 11년전 발표한 임재범의 ‘너를 위해’가 KBS 2TV ‘뮤직뱅크’에서 2위를 차지하고,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7년 만에 ‘뮤직뱅크’ 차트 20위 권에 재진입하는 희한한 일까지 벌어졌다.
‘나가수’는 다른 프로그램까지 영향을 미쳤다. KBS 2TV ‘불후의 명곡2’는 사실상 ‘아이돌판 나가수’다. 아이돌 그룹에서 뛰어난 보컬 실력을 지닌 가수들과 젊은 가수들이 나와 경합을 벌이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은 아이돌 그룹에 대한 편견을 일정부분 깼다. 포맨 신용재, 씨스타 효린, 다비치 강민경이나 알리 등이 대중들의 머리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명도 영향을 발휘했다. 이를 패러디해 ‘나도 가수다’등의 개그프로그램은 물론, 최근 시사 풍자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까지 등장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가요계에서는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바로 음원 때문이다. ‘나가수’가 방송된 직후부터 온라인 음원차트는 어김없이 ‘나가수’에서 불린 노래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1위부터 7위까지 모두 이들의 곡으로 채워진 때도 있고, 출연 가수들이 부른 곡의 원곡도 차트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음원 순위가 판매로 이어지고, 다시 수익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요계 관계자들은 ‘나가수’를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한동안은 주초에 새 앨범을 발매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로 여겨졌다. 일요일 방송이 길게는 한주 내내 짧게는 2~3일까지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현재는 어느 정도 힘이 빠지고, 프로그램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나가수’는, 노래로만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