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인터뷰] 고영욱 “언젠가 제 시대가 올 거래요, 촤하하!”

[Ki-Z 인터뷰] 고영욱 “언젠가 제 시대가 올 거래요, 촤하하!”

기사승인 2011-12-24 13:56:01

[쿠키 연예] 혼성그룹 룰라 출신의 고영욱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 연기까지, 눈코 뜰 새 없는 스케쥴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고영욱은 올해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룰라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이후 처음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두각은 올해 확실히 눈도장을 찍으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고, 바라던 것을 하나 둘 이뤄갈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 출연과 각종 유행어까지 양산해내며 ‘예능 늦둥이’로서의 활약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고영욱을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만났다.

‘하이킥’은 또 다른 도전…민폐 캐릭터로 뭇매 ‘속상해’

고영욱의 올해 가장 큰 수확은 ‘하이킥’ 출연이다. 앞서 약 10여 년 전에 ‘가문의 영광’이라는 시트콤에 약 4개월 간 출연한 전적이 있다. 조기 종영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당시 고수와 김흥수와 함께 출연하며 많은 추억을 쌓았고, 시트콤의 재미와 매력을 알게 됐다.

“‘순풍 산부인과’ 때부터 김병욱 감독이 하는 시트콤을 좋아했어요. 그냥 막연히 캐스팅되면 좋겠다, 싶었죠. 농담으로 했던 ‘개똥 치우는 역이라도 좋다’는 소문이 퍼지게 됐고 어떻게 우연히 미팅을 잡게 됐어요. 제가 맡은 고시생이 500대 1의 경쟁률이었다고 해요. 유명한 연기자부터 신인까지 두루두루 오디션을 봤다는데 제가 된 것을 보면 뭐랄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구나 싶어요.”

그는 오디션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시트콤이기 때문에 웃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그는 오버액션을 선보였고 김병욱 감독은 그의 연기를 보고 ‘빵’ 터졌다. 도움을 줬던 선배들도 잊지 못한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 녹화장에서 만난 조형기 선배님이 대본 가져와 보라고 하시고는 많은 설명과 조언을 해주셨다”라며 “자연스럽게 하는 게 가장 좋다, 오버하지도 말고 대본대로 상황에 맞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어린 학생들은 제 룰라 시절을 기억 못 하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마주칠 때마다 ‘고시생이다!’라며 아는 체를 해요. 처음에는 당황했었는데 나중에는 아무렇지도 않더라고요. 일일 시트콤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죠. 연기할 때마다 아쉽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영욱은 극중 노량진 고시원에서 몇 년째 9급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고시생으로 출연한다. 가난한데 식탐이 있어 소고기 장조림 하나에도 목숨을 거는 캐릭터. 극중 박하선과 러브라인을 그리는데, 한편으로는 그의 집착에 가까운 성격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사기도 했다.

“고시생을 밉상이라며 찌질하다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꽤 있더라고요. 재밌게만 보실 줄 알았는데, 악플이 많아서 당황했어요. 욕만 먹고 끝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들었고요. 하지만 누구나 자기에게 그런 모습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귀엽게 봐 주셨음 좋겠어요.”

룰라 이후 최고의 바쁜 스케쥴…‘예능 늦둥이’로 살아가기

“룰라 이후로 가장 신나는 한해였어요. 생각했었던 방송이나 시트콤까지, 올해 목표대로 다 한 것 같아서 너무 좋았고 고마웠죠. 사실 예능 프로그램 나가서 주목받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룰라 멤버들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을 했는데 그때부터 탄력을 받았던 것 같아요. 사실 쉴 때가 더 많았죠.”

지금도 룰라 멤버들은 든든한 가족과도 같다. 하지만 멤버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김지현의 근황을 묻는 말에 고영욱이 ‘집에서 늙고 계신다’고 답변한 것이 화근이 돼 누리꾼들로부터 ‘너무 심한 말 아니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에 놀란 고영욱은 바로 김지현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누나, 방송에서 한 얘기가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앞으로는 좋은 얘기로 할게” 그러나 김지현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영욱아 괜찮아. 누나는 네가 방송에 많이 나와서 너무 좋다! 편하게 하고 싶은 얘기 다 해도 괜찮아.”

김지현은 평소 고영욱을 개구쟁이 사촌 동생처럼 대했고, 고영욱 또한 편한 누나로 생각했다. 결국 오래전 김지현이 고영욱에게 했던 말 ‘너 양아치니’가 유행어처럼 ‘빵’ 터졌고, 방송 활동이 뜸하던 김지현이 TV 출연까지 하며 이에 대한 일화로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이상민 또한 고영욱이 생각해내지 못한 과거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알려주기도 하고, 방송 모니터 후 문자를 꾸준히 보내기도 하는 든든한 지원자이다.

최근 90년대 아이돌의 재결합설이 한둘 나오는 가운데 룰라의 재결합 가능성을 물어봤다.

“사실 여러 번 계획을 하긴 했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한번은 재결합을 기념해 컨츄리꼬꼬와 합동 콘서트를 기획하고 대관까지 마쳤는데, 그만 신정환 씨의 오토바이 사고로 무산되기도 했죠.”

2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다시 한 번 해볼까’하던 분위기는 일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에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고영욱은 “그런 면에서 DJ.DOC가 부러워요. 지금까지 꾸준히 음반내고 활동하니까요”라며 “하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때의 룰라를 기억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빵 터지진 않지만 언젠가 제 시대가 올 거래요”

그룹으로 활동했던 익숙함은 이후 많은 쓸쓸함과 외로움을 주기도 했다. 멤버들과 북적이며 대기실에서 즐겁게 보냈던 시간은 든든했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탓에 혼자 대기실에 있을 때면 지금도 어색하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 초반에는 매일 절망이었어요. 저는 연예인 하기에 그리 적합한 성격이 아니거든요. 낯도 많이 가리고 상처도 많이 받고…. 초반에는 예능 프로 나가서 한마디도 못하고 온 적도 많아 늘 회의감에 빠져야 했죠. 주변에서 다들 평상시에는 너무 재밌다고 하는데 왜 방송에서는 말을 안 하냐고 해서 제 자신에게 더 실망이 컸어요. 한동안 갈 길을 못 찾아 방황도 했었어요.”

몇 년 전까지 룰라 리더였던 이상민과 외식 사업을 했던 고영욱은 수익이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방송을 더 멀리하게 됐었다고 털어놨다. 연예인 지인들은 그런 고영욱을 볼 때마다 ‘다른 일을 하더라도 방송은 하나라도 꼭 하라’고 조언했다.

룰라 재결성 프로젝트는 무산됐지만, 때마침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방송분이 좋은 반응을 얻자 고영욱은 다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SBS ‘강심장’에서 출연하며 가수 이현우의 성대모사와 웃음소리를 흉내 낸 ‘촤하하’가 유행어로 번졌고, 룰라 멤버였던 김지현이 그에게 했던 말 ‘너 양아치니’가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매니저 역이긴 하지만 MBC ‘나는 가수다’에도 출연할 수 있었다.

“이현우를 워낙 좋아했었고, 자주 만나다 보니까 특징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데뷔 때부터 한석규 성대모사를 많이 했었는데 그때는 반응이 별로 없다가 이현우 성대모사에 이렇게 빵 터질 줄 몰랐어요.”

박명수는 ‘네 시대는 올 거다’라며 좀 더 자신감을 가지라고 용기를 북돋았고, 앞서 ‘하이킥’ 시리즈에 출연했던 정준하는 ‘네가 신정환, 탁재훈보다 더 웃긴 거 아는 사람은 다 안다’며 많은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독설’로 유명한 김구라의 칭찬은 의외였다. 김구라는 방송에서 ‘고영욱처럼 하라’는 멘트까지 하며 그를 인정하고 지원하고 있는 선배다.

“아직도 소심함이 많아요. 예능 초반에 ‘왜 나는 안될까’ 수없이 고민했는데 마음먹기에 달려 있더라고요. 특히 마음이 잘 맞는 탁재훈이나 붐과 방송하면서 의지하고 덜 긴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더 재미있는 모습, 즐거움을 안길 수 있는 방송인이 되도록 내년에도 힘찬 발걸음 시작해야죠.”

가수로서의 욕심도 끝나지 않았다. 조만간 룰라 시절 보여주지 못한 감성을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은 계획을 갖고 있다. 음악에 대한 고민과 구상을 한 후 내년 즈음 싱글을 발매하고 싶은 것도 큰 꿈이다. 마지막으로 꿈을 물어봤다.

“더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거죠. 더불어 더 발전하고 무르익어 예능 프로그램에 MC 자리까지 앉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거예요. 아직 가야 할 길은 많지만, 촤하하하!”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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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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