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흔히 밝은 리듬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랄라라’라는 말의 어감 때문인지, 김현아와 박별로 이뤄진 여성 듀오 ‘랄라스윗’은 팀명만 들어도 밝고 따뜻한 음악을 선사한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도 이들의 음악은 군더더기와 기교 없이 담백한 맛을 들려준다.
지난해 데뷔 미니앨범 ‘랄라스윗’은 어쿠스틱 기타와 아코디언, 그리고 깔끔한 목소리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앨범으로 200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에서 진일보한 깊이 있는 음악을 선보인다는 평가와 더불어 EBS ‘9월의 헬로루키’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발표한 정규 1집 ‘비터스위트’(bittersweet)는 랄라스윗의 음악성 확대를 한번 더 보여줬다. 기존에 들려줬던 깊이 있는 메시지는 여전했지만, 어쿠스틱 느낌의 잔잔함에서, 이번에는 베이스와 일렉트로닉 기타 등을 포함시켜 화려함까지 더했다.
“화려해졌다고 할 수 있고, 무거워졌다고도 할 수 있어요. 정규 앨범을 준비하면서 고민을 했던 것이 저희만의 색깔, 음악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자는 욕심을 낸 거죠. 저희가 원래 음악을 시작할 때 동기가 되었던 것이 록음악이었거든요. 록을 좋아하고, 록 색깔을 낼 수 있는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이번에 베이스가 밑바탕을 이루기도 하는 음악을 만들었어요.”(샛별)
“지난해 발매한 EP는 사실 ‘사람들이 우리에게 이런 것을 기대할 것이다’라는 전제로 만들다보니, 아쉬움이 많았어요. 하고 싶은 음악은 밴드 편성의 곡인데, 사람들이 저희의 욕심과 다른 것을 기대하지 않을까라는 강박이 컸었죠. 그런데 이번 정규 앨범에서는 저희가 보여주고 싶은 음악을 넣었어요. 그래서 아마 변화됐다고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김현아)
변화라기보다는 확대의 개념으로 봤을 때 가장 극명하게 비교될 수 있는 곡이 보너스 트랙으로 넣은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다 대학가요제 은상 수상곡으로, 과거 대학가요제 앨범에 실렸던 느낌이 광활한 벌판에 놀이기구 몇 개 서있는 밋밋한 놀이공원이었다면, 이번에는 형형색색 놀이기구가 꽉 찬 놀이공원을 맛보여주고 있다.
“많이 풍성해졌죠. 사실 2008년에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가 음원화 됐을 때 저희가 편곡에 참여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쉬움이 계속 남았죠. 저희에게는 데뷔곡이고, 애착이 가는 곡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에 우리 힘으로 우리의 음악색깔을 입힌 곡으로 편곡해야겠다고 생각했죠.”(샛별)
“데뷔곡이라는 점에서 저희 정규 첫 앨범의 성격과도 맞는 것 같아서 넣었어요. 원래 처음부터 앨범에 수록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고, 마지막에 믹스 전에 선택을 했죠. 대학가요제 때는 아쉬움이 많았는데, 우리 생각대로 곡이 잘 편곡돼 나온 것 같아요.”(김현아)
이 확대의 개념은 앨범 전체에 현란하게 드러난다. 밴드를 바탕으로 했지만, 특정 장르에 국한된 팀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듀오로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곧 랄라스윗이라는 팀의 색깔이기도 했다.
“음악적 장르도 장르지만, 랄라스윗을 떠올리면 나오는 감성을 앞세우고 싶었어요. 그런 것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도구가 장르일 뿐이죠. 사실 듀오이기 때문에 더 다양하게 음악적 시도를 한 것 같아요. 둘이 하다보니 밴드가 할 수 있는 음악도 할 수 있으니까요. 밴드하시는 분들은 무대에서 만일 첫째, 둘째, 셋째 곡이 밴드 음악이라 하더라도 넷째, 다섯째 곡이 밴드 음악이 아니면 (악기를 다루지 않고) 쉬시는 분들에게 미안하잖아요.(웃음) 그러나 저희는 그것을 넘나들어서 많은 장르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들의 정규앨범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작업 방법이 보인다. 둘 다 작사, 작곡, 편곡을 할 줄 알면서도, 동시에 같이 작업하지 않았음이 눈에 띄는 것이다. 타이틀 곡 ‘우리 지금 어디쯤에 있는 걸까’를 비롯해 ‘소소’(soso) ‘봄’ ‘에이프릴 식’(April sick)은 박별이 작사, 작곡을 ‘아무도, 아무것도’ ‘벨이 울리면’ ‘기다려’ ‘태엽감기’등의 곡들은 김현아가 작사, 작곡했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어요. 둘이 곡 작업을 같이 해보려 노력했죠. 한 사람이 곡을 만들면 한 사람이 작사를 하는 시스템요. 그런데 삐걱거리고 안되더라고요. 각자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까요. 그런데 각자 하다보니 오히려 속도감이 더 있었던 것 같요. 감정 공유도 되고요.”(김현아)
“게다가 저희가 10년차라서 이심전심 통하는 것이 있어요. 11곡을 둘이 각자 썼는데, 정서가 확연히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만일 한 사람이 곡을 써오면, 그 사람이 편곡을 담당하더라도 곁가지는 다른 사람이 도와주죠. 그래서 감성이 공유되지 않을까 싶어요.”(샛별)
랄라스윗은 2007년 두 멤버가 함께 떠난 인도 영행에서 본 디저트 가게 이름인 ‘랄라스위트’에서 따왔다. 이 외에도 팀 명 후보로는 ‘소비따네’(꽁치집 이름) 등이 있었다고 한다. 자칫 우리들은 멤버들의 성향과 다소 다른 느낌의 팀명을 들어야 했을 수도 있었다.
“인도를 비롯해 다른 나라를 두 달정도 돌아다니면서 매일 일기를 썼어요. 그 안에는 네팔에서 먹은 꽁치가게 이름, 또 어느 가게의 지명 등을 나열했었죠. 그 중에 랄라스윗이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요. 원래 영어 그대로 읽으면 라라스윗인데, 인도 가게 주인이 랄라스윗이라 발음해서 그 어감이 좋아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죠. 어떤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하지만 기분 좋은 팀명 같지 않아요?”
노래 뿐 아니라 입담 역시 사람을 즐겁게 하는 랄라스윗은 2012년 1월 28일과 29일 서울 홍대 앞 CY씨어터 아트홀에서 첫 단독 공연을 개최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