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마이웨이’에서 홀로 빛난 ‘안똔’ 김인권

흔들리는 ‘마이웨이’에서 홀로 빛난 ‘안똔’ 김인권

기사승인 2012-01-10 14:11:01

[쿠키 영화] 제작비 280억 원을 투입한 영화 ‘마이웨이’가 끝없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종대(안똔) 역의 김인권에 대해서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등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마이웨이’는 시사회 직후부터 흡입력 낮은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평가가 그리 좋지 못했다. 막대한 자본 투입과 거대한 스케일에 대해서는 국내외 어느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없지만, 이러한 비주얼을 탄탄하게 받혀줄 스토리는 관객들이 만나지 못했다.

결국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8일까지 집계 결과 ‘마이웨이’는 200만 2323명의 관객만을 불러 모았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국내에서만 1000만 관객을 동원해야 하는데, 현재는 300만도 버거워 보인다.

이런 와중에도 영화를 본 이들은 배우 김인권에게만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조연으로 출연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미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의 아우라를 뛰어넘어, ‘조연이 아닌 주연’의 평가를 받고 있다.

김인권이 맡은 역은 장동건의 친구 종대. 장동건의 여동생인 이연희를 짝사랑하는 평범한 조선 청년이지만, 전쟁터에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추악한 면을 드러낸다.

일본군대에 강제로 끌려가 전쟁터에 나간 종대는 다시 소비에트 연방에 징집된 후 안똔이라는 이름을 얻어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포로를 관리하게 된다. 그곳에서 종대는 결국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친구도 저버리는 비정한 인물로 변신한다. 그런데도 관객들은 종대에 대한 악감정을 갖지 못한다. 전쟁이라는 상황이, 서로가 아닌 나의 생명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종대의 변신은 일면 납득이 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인권의 연기력은 발산된다. 자칫 평범한 종대에서 악랄한 안똔으로의 변신이 너무 극단적으로 흘러가 이질감이 느껴지고, 동시에 “사람이 어떻게 저럴수가”라는 생각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도 있었는데, 김인권은 이 상황에서 종대를, 안똔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김인권이 연기한 종대는 사실 시나리오 상에는 없던 인물이다. 강제규 감독이 영화가 너무 무거우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판단에 만들어낸 캐릭터다. 그러나 영화는 무게감보다는 스토리텔링의 부재로 휘청거렸고, 무게감을 덜기 위해 투입된 김인권의 영역 밖으로 향하고 있다.

사실 김인권이 이번 ‘마이웨이’에서만 새삼 호평을 받은 것은 아니다. ‘해운대’ ‘퀵’ 등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십분 발휘했고, 주연을 맡은 ‘방가방가’는 평단과 관객들의 사랑을 모두 받았다.


결국 그동안 다양한 영화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하며 개성 넘치는 연기를 했던 김인권이 흔들리고 있는 ‘마이웨이’에서 축전된 내공으로 홀로 빛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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