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2010년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발라드 황제 신승훈은 스스로에게 대견한 점 세 가지에 대해 “앨범 10장이 모두 골든디스크에 든 것, 광고를 하지 않은 것, 그리고 일본 진출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한 것”이라고 말했었다. 한국 가요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신승훈도 자랑스러워할 만큼 골든디스크 시상식은 국내 가요계에서 권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한국의 그래미 어워드’를 칭하며 1986년 첫 선을 보인 골든디스크는 2012년에 종편의 홍보 콘서트를 자처하며 스스로 역사와 권위를 지워버렸다.
지난 11일과 1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제26회 골든디스크 시상식(JTBC, 일간스포츠 공동 주최)은 개최장소, 대형 가수들의 불참, 녹화 방송 , 티켓 판매 등 여러 가지 치명적인 흠집을 스스로 냈다.
우선 개최 장소부터 가요계 관계자들에게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골든디스크는 엄연히 국내 발매 음반 및 음원에게 상을 주는 행사인데, 일본에서 개최한다는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수가 지적하듯이 Mnet의 주최하는 아시안뮤직어워드(MAMA)는 애초부터 ‘아시아 대표 음악시상식’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기에 국내외 어디서 개최하든, 명분 자체는 딴죽을 걸 수 없다. 그러나 골든디스크가 내세운 ‘한국의 그래미 어워드’는 이번 행사와 전혀 맞지 않는다.
일부 대형가수들의 불참 역시 골든디스크의 위상을 흔들었다. 이번 시상식에는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카라, 비스트 등 케이팝(K-POP)을 대표하는 23팀이 참가했다. 하지만 티아라, 2NE1, 빅뱅은 물론 아이유마저도 수상하지 못해 공정성 논란의 여지를 남겨뒀다.
또 이번 시상식은 생방송이 아닌, JTBC 설날특집 녹화 방송으로 국내 시청자들과 만난다. 시상식은 생방송이 묘미이고, 이를 통해 가요 팬들은 한 해 결산의 의미를 보게 된다. 그런데 뉴스를 통해 수상 결과를 다 아는 상황에서 굳이 녹화 방송을 내보내겠다는 것은 시상식이 아닌, 시청률을 위한 종편 홍보 콘서트였음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티켓 판매다. 보통 국내에서 열리는 가요시상식 대부분은 무료다. 시상식은 한 해 동안 활동한 가수들에게 상을 주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런 가요계를 든든하게 받혀주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때문에 대부분 추첨을 통해 좌석을 배정하며, 티켓은 무료다.
그런 팬들에게 티켓을 판다는 것은, 팬을 기만하는 태도다. 그런데 골든디스크는 입장권을 판매했다. 1일권 1만1800엔(약 17만7000원), 2일권은 2만2000엔(약 33만1000원)에 판매했다. 이틀 동안 관람한 관객이 대략 5만 명이라고 할 경우, 주최 측이 걷어 들인 입장권 수익만 165억 원에 달한다. 케이팝 가수들이 일본에서 공연을 할 경우 1만엔(약 15만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애초 시상식보다는 수익에 더 관심을 가졌다는 추정 밖에 안된다.
지난해 MAMA 3관왕에 오른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은 수상소감을 말하면서 “한류가 불면서 해외에서 공연을 많이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공연들의 티켓 가격이 어마어마했다”며 “그 가격에 합당한 완벽한 무대나 시스템이 연출된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팬들이 떨어져 나가는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지적을 골든디스크 공동 주최사인 일간스포츠는 “슈퍼주니어, 한류 티켓 장사에 일침 ‘너무 비싸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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