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방송] 지난해 12월 1일 개국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개사가 시청률 0%의 굴욕을 제대로 맛보고 있다. 이슈 생산에 연이어 실패하는 것은 물론, 대형 사고가 터져도 대중들이 뒤늦게 인터넷 뉴스를 보고 알게 되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종편의 방송사고 혹은 이슈가 바로바로 대중들에게 관심을 끌었던 것은 개국 후 단 며칠뿐이었다.
당시 채널A는 개국 첫 뉴스로 ‘강호동 야쿠자 연루설’을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1988년 강호동이 고교 씨름선수 시절 감독과 코치를 따라 일본 야쿠자와 국내 폭력조직 칠성파 결연식 행사에 참여했을 뿐, 연루와는 상관이 없었다. 당연히 채널A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다. TV조선은 개국을 알리며 1일 ‘9시 뉴스 앵커 김연아입니다’라는 제목을 달아 김연아가 앵커로 나오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인터뷰 콘셉트용이라 ‘무리수’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종편들은 ‘채널 삭제 운동’ 등, 대중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시청률 0%대에서 여전히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톱스타를 데리고 와도 시청자들이 신경을 안 쓰더니, 급기야는 메인 뉴스가 1시간 미뤄지더라도 사람들이 모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 뿐 아니다. 지상파나 기존의 케이블방송이었다면 ‘논란’ 혹은 ‘이슈가’가 될 만한 내용들도 종편이기 때문에 묻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종편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선정적 장면이나 화제성 내용도 대중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지난해 12월 14일 MBN 프로그램 ‘충무로 와글와글’에서는 ‘슈퍼스타K’ 출신 가수 김그림의 속바지를 제작진이 모자이크 처리해 논란이 일었다는 기사가 대거 쏟아졌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방송된 날은 6일로, 무려 8일이나 지나서야 사람들이 알아챈 것이다.
티아라 멤버 은정이 JTBC 주말드라마 ‘인수대비’ 21일 방송분에서 등장한 베드신 역시 6일이 지난 27일에서야 화제가 됐다.
물론 이런 자잘한 내용들이 묻히는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이슈’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7일 채널A의 메인 뉴스가 1시간여 가량 방송 사고가 났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고, 업계 관계자들조차 뒤늦게 기사를 통해 파악한 일은 현 종편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 특혜란 특혜는 다 받아놓고도 방송사로서 갖춰야 할 이슈 생산을 제때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종편의 상황은 방송사와 상생관계에 있는 연예계 종사자들의 인식도 바꿔놓고 있다. 종편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일부 배우들의 경우에는 차기작을 종편에서 진행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감독, 작가, 작품이 아무리 좋더라도 대중들에게 ‘모습’ 자체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종편에 출연하고 있는 한 배우의 매니저는 “처음에는 작품만 좋으면 되겠지라면서 출연했는데, 이건 호평이나 혹평을 떠나 아예 관심이 없으니 답답하다. 차기작이 종편에서 방영된다면 출연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다른 배우 매니저는 “케이블 드라마도 처음에는 이러지 않았나. 작품만 좋으면 계속 출연할 생각”이라며 시청률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예능프로그램에서의 풍경도 종편에 호의적이지는 않다. 일부 연예인들은 “종편에서 예능 연습하고 지상파 가서 잘하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아이돌 가수 매니저는 “종편에서는 실수해도 딱히 이슈가 안되니까 편안하게 임할 수 있다. 거기서 익숙해지면 타 방송사에서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종편 출연 제의가 들어와도 딱히 거절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연예기획사 입장에서도 종편은 이슈화되지 못하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한 아이돌 그룹 기획사 홍보담당자는 소속 가수가 종편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을 확정했는데도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 이 담당자는 “굳이 종편 출연까지 알릴 필요가 있나 싶었고, 언론사에서도 잘 다루지 않아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아이돌 그룹 기획사는 아예 보도자료에 종편 회사를 거론하지 않고 “한 종편에 출연한~”으로 써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결국 일정기간 내 시청률을 올리지 않는 한 시청자는 물론 방송계 관계자들로부터 ‘종편의 굴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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