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음악신탁단체 요구 과도해…음악 없는 영화 만들 수 있다”

영화계 “음악신탁단체 요구 과도해…음악 없는 영화 만들 수 있다”

기사승인 2012-02-15 12:17:00

[쿠키 영화] 영화인회의, 한국영상산업협회, 한국영화제작자협회, 한국상영관협회 등 국내 11개 단체가 영화음악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며, 급기야는 “음악없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15일 서울 서대문구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영화계는 그동안 저작권법의 취지에 따라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영화에 참가하는 다수의 권리자들의 저작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권리관계를 명확히 한 뒤 영화를 제작해 왔다”며 “그러나 2009년 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에서는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될 때 ‘공연료’ 징수를 신설하고, 소급적용하겠다는 통보를 했다. 이에 영화계는 TF를 구성해 성실하게 협상에 대응해 왔으나, 협상 중에 롯데시네마를 형사고발하고, 2012년 1월 음저협을 비롯한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이하 ‘음제협’), 한국음악실연자협회(이하 ‘음실연’)에서는 영화음악에 대한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신청했다”며 공동 대응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계가 주장하는 문제점은 이렇다. 영화 1편당 복제 사용료가 500만원, 공연 1개 스크린당 곡당 1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일반적으로 한편의 영화에 5곡 정도의 음악이 사용되고 평균 개봉관수가 360개관 정도이므로 평균적인 상업 영화 1편을 제작해서 극장에서 상영하기 위해서는 음저협에만 음악 저작권료로 2억 원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부가시장 부문의 경우에도 1000편의 영화를 보유할 경우 업체당 월 12억 원의 고정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까지 비상업적인 독립영화나 학생영화, 영화제용 영화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었는데, 이번 징수 규정 개정안에는 비상업적인 영화도 음악 1곡당 100만원 복제사용료와 일반 상업영화의 50%에 해당하는 공연사용료를 지불하도록 되었다고 전했다.

한국영화제작자협회 차승재 회장은 “음악업계의 주장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본인들의 권리만을 너무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저작권을 주장하는데 있어서 또다른 생태계를 만드는 사람들의 권리는 보호하면서 자기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옳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그동안 송사리로, 물방개로, 쉬리로 조용하게 살았는데, 갑자기 개구리 3형제가 황소개구리로 변해서 송사리도 잡아먹고, 물방개도 잡아먹고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황소 개구리 3마리만 남는 것이 아닌지 싶다. 저희는 3마리의 개구리를 배척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황소 개구리 3마리가 분탕질을 하고 있다”며 음악 신탁 3단체인 음저협, 음제협, 음실연을 비꼬아 비판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최진욱 위원장은 “과연 이것이 영화계의 집단 이기주의인가라는 점에서 고민을 해봤는데, 결론은 그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근거는 저작권법은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토대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고 있다. 특히 문화다양성협약은 저작권법의 상위법이고 그 취지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는 국제법상의 문제다. 우리 사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이를 고려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음악 신탁 3단체의 요구는 스크린쿼터 이후 가장 큰 사건이다”고 말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임창재 이사장은 “영화는 상업영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도 많은데, 이런 다양한 영화에 대한 고려가 전혀 되지 않고 있으며, 너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 같다. 학생영화나 독립영화는 창작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차 회장은 끝으로 “우리는 충분히 음악에 대한 사용료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만일 음악업계에서 법적 행동을 하게 되면 음악 없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영화사에 음악 없는 영화도 있다. 한국영화에서 음악이 사라지는 것이다. 만일 관객들이 그 영화가 재미없다고 영화를 안 보면 저희는 사업자 반납하면 된다”며 향후 강력하게 대응한 것임을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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