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 서울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쿠키 건강] 출생 후 아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성장한다. 소아기의 성장상태는 성인이 됐을 때 최종 키의 기반이 된다. 소아기에 성장과 관련된 질병이 발견되거나 유전적인 요인이 있는 경우 아이의 최종 키는 작아질 가능성이 있다. 소아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에는 유전적 영향이 6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상적인 성장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성조숙증은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집에서 아이와 가장 가까이 생활하는 부모들이 소아성장에 대한 지식을 갖고 아이를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지영 을지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사진)는 “최근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아이들이 많아져 유전적 영향 외에도 성조숙증이 오는 경우가 있다”라며 “소아성장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 후에 개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성장클리닉, 과잉진료 자제해야
최근 소아성장에 관한 호르몬 주사제 개발이 많아지면서 성장클리닉이 증가했다. 한의원 등에서 한약과 침으로 성장치료를 하고 있다. 그러나 소아성장은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겼거나 호르몬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것이기 때문에 소아내분비 전공자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난소종양 등의 원인 질환으로 성조숙증이 생긴 아이는 4~5살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 결정이 중요하다. 성장판을 확인하고 터너증후군과 갑상선질환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 성장이 느린 이유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소아성장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게 되면 1차적으로 아이의 가슴과 고환 크기를 본 뒤 성장판 검사를 통해 아이의 최종 키를 예측한다. 아이의 최종 키는 평균보다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다. 이후에는 성호르몬 검사와 키와 관련된 무기질 검사, 정밀 호르몬, 자극검사, 피검사 등 2시간에 걸친 검사를 통해 성조숙증 진단을 받은 뒤 치료를 시작한다.
서 교수는 “일반적인 성조숙증은 관찰만으로도 판단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과하거나 불필요한 진료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소아성장은 몇몇 유전 질환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간단한 진찰로도 성조숙증 여부의 판별이 가능하다”라며 “일부는 MRI 검사에서 뇌에 기형이 있거나 물혹, 종양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라고 말했다.
◇성장에 대한 정확한 기준 있어야 효과 높아
성조숙증 치료에 쓰이는 호르몬제는 부작용이 적지만 굳이 맞지 않아도 되는 정상키의 아이들도 본인이나 가족이 원해서 맞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에는 반드시 병원에 가기 전에 자신의 키가 얼마나 커야 하는지 왜 커야 하는지를 분명히 정하고 가야 한다.
여자 아이의 최종 예상키가 155㎝여도 스스로 만족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170㎝여도 본인이 만족하지 못해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자신의 꿈이 운동선수나 모델이어서 키가 커야 하는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가족끼리 충분히 상의를 해야 한다. 호르몬제가 부작용은 적지만 3개월 이상 1년 가까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집계된 전 세계 평균 신장에 따르면 아시아인 중에서는 한국인의 키가 제일 크다. 한국 남성의 평균키는 173.3cm, 여성은 160.9cm로 아시아 국가 중 최장신 신장이다. 만약 성조숙증 진단을 받았다고 해도 예상키가 160cm 이상이면 굳이 호르몬제를 맞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서 교수는 “키 자체가 자기 만족도의 문제이다. 아이와 부모에게 예상키를 설명한 후 그래도 치료하겠다면 할 수밖에 없다”라며 “정해진 키를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 더 자라게 하는 것은 호르몬이나 성장판을 자극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의 키가 꾸준히 자랐고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상태의 몸인데 단지 성장이 더딘 것인지, 호르몬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야 하며 성장은 개인에 맞춘 과학 치료를 해야 한다”라며 “무작정 치료하거나 침술을 맞는 것으로는 호르몬 분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꾸준히 관찰했을 때 키가 크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는 서 교수, 그 역시 키가 큰 편이 아니다. 서 교수는 “성장판이 절반 정도 닫힌 상태에서 온 아이를 볼 때면 일찍 왔으면 1cm라도 더 컸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1cm가 얼마나 절박한지 알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있다”라며 “아이의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부모들이 아이를 계속 관찰해 적절한 시기에 병원에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