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씨처럼 단순 빈혈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빈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위암이나 대장암 등이 발생하면 신체 내부에서 출혈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빈혈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전문의들은 설명한다. 특히 연령이 높고 남성일수록 암이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65세 이상 빈혈 내원환자 5명 중 1명 암= 부천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기현 교수팀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빈혈 증세로 내원한 환자 총 503명(남성 63명, 여성 440명) 중 31명이 암 진단을 받았다. 이는 전체 환자의 약 6.2%며 16명 중 1명꼴로 암이 발견된 셈이다. 특히 65세 이상은 총 81명 중 21%인 17명이 암으로 진단받아 5.5명 중 1명꼴로 암이 발견됐다. 이는 암진단 환자 31명 중 약 55%를 차지한다.
진단된 암으로는 대장암, 혈액암, 비뇨생식계암, 위암 순으로 나타났다. 암 이외에 재생불량성빈혈이나 악성빈혈과 같은 혈액질환이 2%, 갑상선기능 이상 1.5%,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같은 소화성궤양이 발견된 경우가 각각 2.5%였다. 여성의 경우 자궁근종, 자궁선근종과 같은 양성 여성 질환이 있는 경우가 14%(70명)로 가장 높았다.
이기현 교수는 “단순 빈혈로 생각했던 경우에도 약 26%에서는 근본원인이 되는 질병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나이가 많고 남성일 경우 빈혈 증세가 나타나면 조기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왜 암에 걸리면 빈혈증상이 나타나는가= 암은 다른 장기보다 대량의 산소와 영양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생 혈관’이라고 하는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혈액을 끌어 들인다. 이 ‘신생 혈관’은 보통 혈관보다 혈관벽이 약해 조그만 자극에도 쉽게 출혈을 일으킨다. 암은 대개 보이지 않는 만성적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빈혈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기현 교수는 “암 환자가 느끼는 빈혈 증상은 정상인이 느끼는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쉽게 피로하고 약간의 운동에도 숨이 차며, 맥박이 빨리 뛰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일수록 사소한 빈혈증세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빈혈은 비교적 흔하고 증상이 약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젊어서부터 월경으로 규칙적인 혈액 손실이 있고, 다이어트나 체중 조절로 인한 영양소의 섭취 부족, 임신, 출산으로 인한 빈혈도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남성은 여성과 같은 출혈이 없기 때문에 남성에서 발생한 빈혈의 경우 악성 종양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교수는 “암 진단이 늦어져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빈혈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거나 혈액 검사상 빈혈 소견이 보일 경우 조기에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빈혈의 대표적인 증상은 ▲앉았다가 갑자기 일어날 경우 어지러움 증상 ▲피부가 창백해지고 누렇게 뜨는 경우 ▲손톱과 발톱이 잘 부러지는 경우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자주 느끼는 경우 ▲무기력하고 만성 피로 ▲호흡 곤란 등이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