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시고 딱딱한 여름 음식, 치아에는 적= 날씨가 더워지면 입맛이 떨어진다. 대신 더위와 갈증을 식혀줄 시원한 음식을 찾게 된다. 새콤하고 시원한 냉면, 사각 얼음이 가득한 아이스커피나 오렌지주스, 부드럽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얼음이 눈꽃처럼 갈린 빙수. 생각만 해도 시원한 여름 음식이지만 치아에는 불청객이다. 이가 시리거나 치아 부식, 치아 균열이나 보철 파손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차가운 음식을 먹었을 때 치아가 가장 먼저 감지하는 불편은 시린 증상이다. 차가운 음식을 먹을 때 이가 약간 시린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참을 수 없을 만큼 찌릿찌릿한 통증이 생긴다면 시린 이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시린 이란 상아질이 외부에 노출돼 자극이 치아 신경이 전달되면서 강한 통증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시린 이는 충치로 인해 유발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를 너무 세게 닦기 때문이다. 이를 세게 문지르는 양치질 습관이 치아 맨 바깥의 법랑질을 벗겨내고 자극에 예민한 상아질을 노출시킨다. 특히 치아 머리와 뿌리 부분을 연결하는 잇몸 바로 위에 드러난 부분인 치경부가 마모돼 시린 증상이 나타나는 치경부마모증이 많다.
여름 음식이 치아에 좋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산성 성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식초가 들어가는 냉면이 대표적인 예다. 냉면 외에도 여름에 즐겨 마시는 커피, 탄산음료, 과일주스, 이온음료 등도 대부분 pH5 이하의 산성음료다. 음료수의 당분 이 충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변욱 목동중앙치과병원 원장은 “이온음료는 알칼리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음료수 내의 구연산 때문에 산성음료”라며 “음료수를 마실 때 음료수가 곧바로 치아를 스쳐가고 침과 음료수가 섞여 산성도가 약해지지만 음료수를 너무 자주 마시거나 자기 직전 음료수를 마시고 자면 충치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료 마신 직후 물양치 하고 20분 뒤 양치질해야= 더운 날씨에 얼음을 깨물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치아 균열이나 깨짐 현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치아에 가는 금은 워낙 미세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만약 이유 없이 시큰거리는 통증이 느껴진다면 치아 균열을 의심하고 즉시 치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얼음을 씹어 먹으면 치아 균열 외에 임플란트와 같은 보철물에도 충격을 줄 수 있으며 턱 관절에도 무리가 간다.
냉면을 먹을 때는 식초를 한 두 방울만 넣도록 한다. 얼음이 있는 육수는 조금씩 나누어 마시고 산성 음료를 마실 때는 빨대를 사용해 마셔서 치아에 닿는 시간과 양을 최소화 하도록 한다. 산성 음료를 마신 직후에는 물로 입안을 헹구는 물양치를 하고 15~20분 쯤 뒤에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양치질을 할 때 너무 세게 닦으면 시린 이가 유발되므로 주의한다.
변욱 원장은 “자연치아는 치근막이라는 조직이 쿠션 역할을 하며 외부 충격을 완충하지만 임플란트에는 치근막이 없어 충격에 더 취약하다”며 “얼음처럼 딱딱한 음식을 깨물어 먹는 습관이 있다면 즉시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