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은 15일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팀이 뇌의 각 부위별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fMRI를 이용해 섬망 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뇌기능 부조화 기전(Mechanism) 두 곳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섬망은 불면증, 기억력 저하, 사고장애, 초조, 방향감각 상실, 혼돈, 피해망상 등이 나타나는 정신과 질환으로 주로 큰 외과적 수술 후 회복 단계의 환자나 중환자실 장기 입원환자에서 흔하다. 또 내과적 혹은 외과적 치료 전후에 위중한 신체질환 자체의 후유증, 치료 목적의 처치나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노화로 전신 건강 상태가 취약한 70대 이상 고령층이 섬망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관계로 같은 시기 연령대에 자주 발병하고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치매’로 속단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에 따라 섬망의 경우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과 가족들이 큰 실의에 빠져 적극적인 치료를 피하는 경우가 있어 치매와 섬망의 구별이 필요하다.
뇌세포가 파괴돼 회복이 어려운 치매와 달리 섬망은 뇌의 일시적 기능장애에 의한 질환이므로 적절한 치료 시 대부분 완전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발병 기전이 어느 정도 밝혀진 치매와 달리 이제껏 섬망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발병 기전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김재진 교수팀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섬망 환자들이 정상인과 다른 뇌의 기전이 있을 것으로 전제하고 70대 초반의 섬망 환자들과 정상인 각각 22명에 대한 fMRI를 촬영하고 두 집단 간 뇌 부위별 기능 활성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조사 섬망 환자 군에서 정상인과 달리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뇌의 기능적 부조화 기전 두 곳을 찾아냈다.
섬망 환자의 첫 번째 부조화 기전은 신체 운동 및 시각·청각반사와 의식 상태를 통제를 담당하는 대뇌 ‘기저핵’과 ‘중뇌’ 사이의 기능적 연결이 끊어져 두 부위가 균형 있는 활성화를 이루지 못하고 한 쪽 부위만 과도하게 활성화돼 있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의식 유지와 판단 및 행동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부조화 기전은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 바깥쪽 부위와 기본적 인지기능 유지를 담당하는 뇌 중심부 피질 뒤쪽 부위의 ‘기능적 상호 연결성’이 와해된 것을 찾아냈다.
김재진 교수는 “기저핵과 중뇌 사이의 부조화 기전은 치료에 따라 수일 내에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섬망 증상의 단기성’을
반영하고 있는데 비해 전두엽과 뇌 중심부 피질 뒤쪽 부위의 두 번째 기능적 부조화 기전은 환자가 회복 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진보된 섬망 치료약물의 개발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향후 과제로서 이번에 규명된 뇌의 두 기능적 부조화 기전간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와 더 많은 섬망 환자 대상의 조사를 통해 섬망에 대한 상세한 원인 규명과 완치법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