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리뷰]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알게 된 어른들이여 웃어라!

[쿠키 리뷰]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알게 된 어른들이여 웃어라!

기사승인 2012-05-18 07:59:01

[쿠키 영화] 남자들은 왜 그럴까. 갖고 싶어 안달하다가도 막상 손에 쥐고 나면 금세 소중함을 잊는다. 여자친구는 기본, 아내에게는 한 술 더 뜬다. 민규동 감독의 신작 ‘내 아내의 모든 것’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얘기다.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 주로 사랑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 영화는 헤어지는, 정확히 말하면 헤어지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 결혼 7년 차의 아주 ‘찌질한’(지질한) 한 남자 두현(이선균)이 있다. 일본에서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해 결혼했지만 ‘내 귀의 캔디’ 같던 아내 정인(임수정)의 말은 고문 이상의 괴로움이 된 지 오래다. 두현은 할 말 다하고 사는 말 많은 독설가 정인에게 지칠 대로 지쳤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데도 건강에 좋다며 과일주스를 마시게 강요하고, 고요한 게 싫다며 밥 먹는데도 청소기를 돌리는 일방적 태도에 신물이 난다. 어떻게 해서든 아내에게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소심한 남자는 헤어지자는 말조차 할 용기가 없다. 또박또박 말 잘하는 아내에게 왜 헤어져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다. 급기야 희대의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하는, 나름 독창적인 해결책을 찾는다. 옆집 남자와 사랑에 빠져 나를 버려 주기를 기다리는 남편,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이런 만화 같은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과연 두현은 정인과 헤어지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배우자를 ‘가족’처럼 여기며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라면 현실에 옮기지는 못해도 비슷한 상상을 한번쯤은 해봤을 듯싶다. 아니 그렇지 않다 해도, 영화는 남녀관계와 결혼생활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며 관객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2시간 동안 신나게 웃게 해 주는 미덕을 넘어 심리적 변화와 여운을 우리의 마음에 남기는 이유다.

찰진 배우들이 이 웃음과 깊은 여운에 큰 몫을 한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미지의 임수정은 영화 내내 하의실종 패션으로 스크린을 오가며 요염하면서도 사람 냄새나는 인간적 매력을 발산한다. 집 안에서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가 하면 엉덩이를 벅벅 긁는 자연스러운 생활연기가 무척 아름답다. 조곤조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따지기도 참 잘 따진다. 어느덧 미소년 이미지를 버리고 한층 성숙해진 임수정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는 류승룡이 연기한 성기다. ‘고지전’ ‘최종병기 활’ 등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선보인 류승룡은 그간 개그본능을 어떻게 참고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능수능란한 코믹 연기를 펼친다. 진지해서 더 재미있고 느끼해서 더 웃긴 성기의 ‘유혹 연기’는 영화의 판타지 요소와 웃음을 책임진다. 덩달아 결혼에 지치고 삶에 지친 남녀의 이별기를 보여 주는 이선균과 임수정의 연기까지 유쾌하게 살려내는 힘을 발휘한다. 감독들이 연기파 배우를 쓰는 이유다.

이선균 역시 개성 짙은 성기와 색깔 강한 정인으로 자칫 ‘산’으로 갈 뻔한 영화에 무게중심을 부여하며 세 사람의 멋진 앙상블로 마무리 시키는 역할을 해냈다. 자신을 튀게 하기보다 작품 전체의 균형을 생각하는 기본기 탄탄한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로맨틱 코미디를 20대 배우, 20대 관객의 전유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세상살이에 지쳐 잘 웃지 못하는 어른들마저 웃게 하는 ‘힘’을 가졌다. 오래된 연인이나 권태기를 느끼는 부부들이 극장을 찾는다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 꼭 잡고 나올 수 있는 영화다. 물론 사이좋은 커플들의 박장대소는 기본이다. 17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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