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구로다 가쓰히로(71·黑田勝弘·사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또 우리나라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번에는 한국의 다문화 현상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한국 여성의 흑인 남자친구 교제를 사례로 들고 “일본의 유행을 좇는 한국”이라고 비꼬아 우리 여론을 자극했다.
구로다 국장은 2일 산케이신문에 연재하는 고정 칼럼 ‘서울에서 여보세요’를 통해 최근 한국에서 자리잡아가는 다문화 현상을 소개했다. ‘다문화로 향하다’라는 부제로 동남아시아 여성과의 결혼이나 남아시아 출신 노동자의 증가, 필리핀계 이자스민 의원의 국회 입성 등을 다뤘다. 문제는 한국 여성과 흑인 남성의 이성교제를 한국 다문화 현상의 대표적 사례처럼 소개하고 이를 일본 사회에 대한 모방이라고 분석한 점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거주하는 그는 목격담으로 칼럼 첫 문장을 시작했다. 그는 “주말 새벽에 취미인 낚시를 하기 위해 택시를 잡았는데, 택시에서 흑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이 내렸다. 여성은 내 낚시 장비를 보고 ‘낚시하러 가시나보죠?’라고 인사하더니 흑인 남성의 손을 잡고 사라졌다”며 “택시기사는 이들이 클럽 손님들이라고 했다. 요즘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흑인 남자친구가 인기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흑인 남자친구가 인기를 모은 게 언제였을까. 이것(한국 여성과 흑인 남성의 교제)도 일본 사회의 유행이나 사회현상을 좇는 한국의 사례일까”라고 반문했다. 또 국제결혼과 외국인 노동자, 이자스민 의원 등을 소개한 뒤 “배타적이고 단일민족 의식이 강한 한국도 변화를 재촉 받고 대응에 쫓긴다… 한국에서 일본계 국회의원은 언제쯤 나올까”라고 했다.
그의 칼럼에 우리 여론은 들끓었다. 대부분 일시적 교제로 끝나는 한국 여성과 흑인 남성의 만남을 한국 다문화가정의 대표 사례처럼 소개한 점과 다문화 현상이 외국인 유입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일 뿐 인접국 모방과 관계없다는 점 등 구로다 국장의 다소 왜곡된 분석이 우리 여론을 자극한 것이었다.
우리 네티즌들은 “한국 여성이 일본 여성의 과거 유행을 좇아 흑인 남자친구를 만들려 한다는 발상은 지나친 해석이다. 일본의 지성인이 이런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한 한국에서 일본계 국회의원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거나 “구로다 국장이 망언을 하나 더 추가했다”며 분노했다.
구로다 국장이 우리 여론을 자극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는 일본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한국의 반발을 “억지”라고 비난했고, 2009년에는 산케이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의 비빔밥은 양두구육”이라고 비하해 논란을 빚었다. 2007년에는 한 방송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개그맨 김구라(42)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 트위터@kco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