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선거, 혁명이라더니… 알고보니 ‘지뢰’

모바일 선거, 혁명이라더니… 알고보니 ‘지뢰’

기사승인 2012-06-13 20:22:00

[쿠키 정치] 올해 초 야당이 새로운 선거혁명이라며 도입한 ‘모바일 선거’가 최대의 선거부정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직접 투표소에 가지 않고 휴대전화로 간편하게 투표하는 모바일 선거는 디지털시대의 첨단 민의 수용 방법으로 각광받았지만 수차례 각 당 내부 경선 등을 거치면서 편법과 부정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혹독한 비판이다.

특히 통합진보당이 4·11총선 비례대표 경선부정으로 당의 존립기반이 흔들린 데 이어 원내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마저 6·9 당 대표 경선에서 이중투표가 드러나면서 모바일 투표가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을 왜곡하는 주범 취급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15 전당대회 당 지도부 선출에 모바일 선거를 도입해 정당 사상 처음으로 수백만명의 비(非) 당원 유권자를 참여시키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야권은 당내 경선뿐만 아니라 총선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 선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간 단일후보 선출 등에 이 방법을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곧바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19대 총선 후보 선정 과정에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2월 광주 동구에서 모바일 선거인단 불법모집 의혹으로 선관위 조사를 받던 60대 전직 동장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모바일 선거는 아니었지만 지난 3월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서울 관악을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여론조사 결과 조작을 시도한 사실이 발각돼 후보직에서 사퇴하기까지 했다.

그런가하면 총선이 끝난 뒤에는 통합진보당 구당권파가 비례대표 경선 모바일 투표에서 주민번호 끝자리 조작, 이중투표, 대리투표를 한 사실이 드러났고 급기야 지난 9일 치러진 민주당 지도부 경선에서도 주민번호 끝자리를 조작한 한 당원이 모바일 투표와 전당대회장 현장투표에 이중으로 참가한 사실이 밝혀졌다.

민주당은 이미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모바일 선거 방법을 채택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처럼 문제점이 속속 불거지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종걸 최고위원은 13일 라디오에 출연해 “(모바일 선거 부정이) 신고된 것보다 상당히 많은 수로 알고 있다”면서 “이중투표뿐 아니라 역선택 등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드러난 문제를 꼼꼼히 뜯어보고 대선후보 경선 룰 결정에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한 대선후보 측 관계자도 “지난 총선 후보 공천 때 조직적으로 모바일 경선에 참여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 타 정당 당원, 지지자들의 역선택도 문제지만 이들이 경선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리접수와 부정투표 등을 행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바일 투표는 비밀선거가 보장되지 않고 유권자가 직접 투표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으며 보통선거 원칙에도 위반된다”면서 “선거의 4대 원칙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 이 방식에는 반드시 치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바일 투표를 신청한 유권자 신원 확인과 이중투표 방지 장치, 직접 투표 참여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만약 이 같은 보완 방법 없이 일부 정당이 대선후보까지 모바일 투표로 결정한다면 민심 자체가 왜곡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김철오 기자
procol@kmib.co.kr
김철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