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제 10구단 창단을 유보하기로 했다.
KBO는 이사회가 끝난 뒤 “충분한 준비 없이 10구단 창단을 진행할 경우 현재 53개에 불과한 고교 야구팀으로는 선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른 프로야구의 질적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고교 야구팀 추가 창단, 신인 지명제도 보완 등을 통한 아마 야구의 여건 성숙, 구장 인프라 개선을 도모한 후 10구단 창단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향후 10년간 고교 20개 팀, 중학교 30개 팀 창단을 위해 스포츠토토 수익금과 KBO 마케팅 자회사인 KBOP의 수익금 일부, NC 다이노스 야구발전기금, 포스트시즌 수익금 일부를 활용해 ‘베이스볼 투모로우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당초 KBO는 2014년부터 10구단 체제로 리그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 롯데, 한화 등 대기업 구단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이날 이사회는 표결 없이 10구단 창단을 당분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KBO 관계자는 “이사회는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하는 자리에 불과해 평소보다 짧게 끝났다”며 “10구단 창단 문제를 언제 다시 논의할지 기약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NC 다이노스가 1군 리그에 합류하면 프로야구는 당분간 홀수 구단 체제로 운영돼 크고 작은 문제점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몇몇 구단의 이기적인 결정이 프로야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의와 야구팬, 지자체의 반발도 만만찮다.
선수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절대 다수 야구팬들의 염원을 배반한 결정은 프로야구를 암흑기로 이끌 수 있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올스타전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가를 거부하고 선수노조를 설립해 구단 이기주의에 맞서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선수협회는 조만간 비상 이사회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 야구팬은 트위터를 통해 “무책임한 구단들이 프로야구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10구단 유치를 위해 수년 간 노력해 온 수원시와 전북도는 이사회 결정에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