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스타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열다섯 살 된 앳된 모습의 보아가 뉴욕 매디슨 스퀘어 앞에서 “마돈나란 여자가 공연했던 곳이다. 꼭 유명해져서 이곳에 서고 싶다”고 굳게 다짐한다. 또 그룹 에프엑스의 설리는 “안녕하세요 초등학교 5학년 최진리입니다”라고 풋풋한 모습으로 연습생 선배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한국말이 서툰 빅토리아는 “안녕하세요”를 수십 차례 연습하고 ‘뽀로로’ 동화책을 읽으며 한국어를 배워간다.
SM 엔터테인먼트 소속가수 32인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 ‘아이 엠: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I AM: SMTOWN LIVE WORLD TOUR in Madison Square Garden, 이하 ‘아이 엠’)은 지난해 10월 23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뉴욕공연 실황을 바탕으로 지금의 이들이 있기까지의 과정과 무대 뒷이야기를 담는다.
그동안 공연 실황을 담은 영상은 많았지만 이 영화는 아티스트들의 밀착 인터뷰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기록한 5000여개의 아카이브 자료들을 훑어 공개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세계와 아시아에서 핫(HOT)한 스타로 인정받고 있는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연습생 시절 풋풋했던 모습을 보는 재미는 무척이나 쏠쏠하다. 통 넓은 청바지에 커다란 박스티를 입은 스타들은 지금 보기에는 다소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앳된 얼굴에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또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그들이 스타가 되면서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세월의 힘인지 의학의 힘인지 의심케 할 만한 과거의 솔직한 모습도 공개된다.
이들은 저마다 간직한 꿈을 이루기 위해 수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견뎌간다. 물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종종 찾아온다. 더 이상 못 하겠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다른 멤버보다 뒤처지는 것 같다며 밤새 울며 춤 연습에 매진하기도 한다.
특히 데뷔 무대를 앞두고 대기실에서 떨고 있는 모습,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 흘리는 눈물 등은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완벽한 ‘스타’의 모습이 아닌 나 혹은 친구의 이야기 같은 인간적인 모습을 느끼게 하며 감동을 배가시킨다.
연습생 시절 자신의 모습을 본 스타들은 부끄러운 미소를 짓기도,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며 당시를 회상한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 성장 과정을 한눈에 보여주기도 한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슈퍼주니어 은혁, 샤이니 태민은 데뷔 전 촬영한 춤 연습 장면에 현재의 춤추는 모습을 합성시켜 ‘현재의 내가 바라보는 과거의 나’라는 콘셉트의 이미지를 완성시켰다.
그러나 스타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온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32인의 이야기를 담다보니 개인의 에피소드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수 없다는 한계점을 드러낸다. 이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이토록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이해와 설득력이 부족하다.
“멤버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미워 보이기도 하고 싸울 때도 많다”등의 이야기와 민낯을 비춘다고 해서 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또 성장기를 담기보다는 이들은 현재 아시아를 대표하는 가수로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혹자는 2시간 동안 펼쳐지는 SM 홍보영상이라고 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SM아티스트들의 팬이라면, 혹은 스타를 꿈꾸고 있다면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꿈’을 대신 이루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21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