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강제 휴무 조치가 부당하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 이후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의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24일 일제히 주말 정상영업에 들어갔다. 지난 4월 22일 매월 2·4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한 지 2개월 만이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찾은 서울 천호동 이마트엔 물건을 사러 온 수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정문 입구에서부터 통로를 따라 ‘6월 24일(일) 정상영업 합니다’라고 적힌 안내판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주차장은 이미 방문객 차들로 꽉 차 있었다. 1층 정문 입구에 마련된 커피 시음 행사엔 30여명의 손님이 줄을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렸다. 지하 1층 식품매장 채소 코너에도 주부들로 북적였다. 분주하게 물건을 운반하던 직원 김모(31)씨는 “갑자기 정상영업을 하게 됐는데도 손님이 예상보다 많이 왔다”며 “휴업을 시작하기 전 주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대체로 대형마트의 주말 정상영업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정한규(62)씨는 “시장은 커피나 라면 같은 공산품 가격이 비싸고 가격할인 행사도 없기 때문에 주로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임선규(60·여)씨는“날씨가 더운 여름에 시장 가는 것이 불편했었는데 이제라도 마트가 주말 영업을 시작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영업에 들어간 점포는 이마트 명일·천호점과 홈플러스 강동·잠실점, 롯데마트 월드·송파점을 비롯해 강동구와 송파구 지역의 대형마트 6개 점포와 SSM 35개 점포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대형마트의 횡포’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마트 천호점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천호신 시장은 한산한 모습을 보여 대형마트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상인들은 가게 앞에 삼삼오오 모여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닭집을 운영한 황이순(58·여)씨는 “오후 3시가 넘어서야 겨우 첫 손님을 받았다”며 “반짝 올랐던 매상이 다시 뚝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구두를 팔던 경장호(68·여)씨는 “하루 종일 일해서 고작 2000원을 벌었다”며 “먹고살 정도만이라도 대기업이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상인 단체들은 서울 천호동 이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치로 중소상인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게 됐다”며 “유통 대기업들은 단지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행정법원의 판결을 왜곡하지 말고 기존의 의무휴업 조치를 자율적으로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날 논평에서 “특정 계층을 지원하겠다는 명분으로 대다수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현행 유통법 개정안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김유나 김미나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