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장염? 설사·복통 계속되면 자가면역질환 ‘크론병’ 의심

단순 장염? 설사·복통 계속되면 자가면역질환 ‘크론병’ 의심

기사승인 2012-06-28 10:11:01
젊은 층에서 주로 발병, 서구화된 식생활 탓

환자 절반은 합병증 발생, 근본 원인 차단해야

[쿠키 건강] 이름만으로는 생소한 크론병. 최근 가수 윤종신씨가 이 병을 앓고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크론병은 외부로부터 내 몸을 지켜야 할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오히려 내 몸의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 중 하나다.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지 염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세균 또는 바이러스에 일시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장염과는 달리 크론병은 장기적으로 또는 평생 염증이 지속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크론병은 복통, 설사, 식욕 감퇴, 미열 등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장염과 비슷해 단순 장염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크론병은 증상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며 방치하면 장 협착, 누공 및 천공 등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젊은 층에서 빠르게 증가

2006년 등록된 희귀난치성질환센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크론병 환자 수는 2만6188명(남자 1만3566명, 여자 1만2622명)이다. 희귀난치성질환 중에는 환자가 많은 편인데 주로 15~35세 젊은 연령에서 나타난다. 과거에는 서양인에게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식생활이 서구화 되고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국내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증상은 복통과 설사, 환자 절반은 장 폐쇄 합병증

크론병의 증상은 침범된 위치와 활성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며, 증상은 크게 소화관 염증에 의한 증상, 전신적인 일반증상, 장관 외 증상 및 합병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복통과 설사이고 통증은 배꼽 주위 또는 오른쪽 아랫배에 가장 흔하며 식후에 통증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또한 환자의 30~50%에서 항문 주위의 병적인 변화가 일어나며 열이 나거나 식욕이 없어지는 증상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문제는 크론병 환자의 약 절반에서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장 폐쇄나 장 협착은 크론병의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경련성 복통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폐쇄가 심할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구토를 동반한다. 크론병 환자의 3분의 1은 항문 주위 질환인 치핵, 치루 등이 생기는데 크론병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증상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크론병은 이러한 신체적인 문제 외에도 장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화장실 가까운 곳에 머물러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도중에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도 한다. 따라서 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환자들이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매우 중요하다.

◇궤양 치유가 치료 목표, 생물학적 제제로 종양괴사인자 작용 차단

크론병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다면 수술이 권고되지만 장내 염증이 만성적으로 재발할 확률이 높은 질환이기도 하다. 따라서 1차적으로 장 내벽의 궤양을 치료하고 염증이 재발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제로는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항생제, 면역조절제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장내 궤양을 치유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주목받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전체 면역체계를 억제시켜 주요 부작용을 일으키는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와는 달리 염증의 원인이 되는 특정 효소와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생물학적 제제에는 휴미라(성분명:아달리무맙)와 레미케이드(성분명:인플릭시맙)가 있으며, 환자에 맞는 약물과 주사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레미케이드는 쥐단백 25%와 인간단백 75%로 구성된 키메릭 단일클론항체이며, 정맥 주사로 병원에 내원해 2~3시간 정도 투약한다.

세계 최초의 100% 인간 단일클론항체로 알려진 휴미라는 우리 체내 항체와 매우 유사하다. 펜형과 주사형 제제가 나와 있고, 투여에 소요되는 시간은 10초에서 1분 사이로 2주 마다 집에서 피하 주사를 통해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

휴미라의 3년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휴미라는 환자가 질병의 증상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데 지속적인 효과를 보였다. 특히 치료를 시작한 뒤 1년 후 증상이 없던 환자의 약 83%가 추가 2년 후에도 아무런 증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의 전통적 치료 방법를 통해서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장내 궤양의 치료에 대한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에서도 휴미라 치료 1년 후 4명 중 1명의 장내 궤양이 완전히 치료됐다고 보고됐다.

김영호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크론병을 단순 장염 등으로 오인해 방치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삶의 질이 저하되거나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전 조기에 발견해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증상 완화보다는 질환의 원인이 되는 염증을 꾸준히 치료하고 올바른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 본인에게 안 맞는 음식 체크

크론병을 비롯한 염증성 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장의 문제로 영양소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하므로 영양 상태가 불량해지기 쉽다. 따라서 열량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염증을 치료하고 장세포 재생을 위해 고단백 식사가 권장되며 크론병이 있는 경우 비타민, 무기질이 결핍될 위험이 높으므로 필요 시 별도로 보충해야 한다.

크론병 환자에게 좋지 않은 공통적인 음식은 없으며 사람에 따라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환자 스스로 식이 일지를 만들고 어떤 음식을 섭취했을 때 매번 증상이 나빠졌다면 이를 기록해 피할 음식을 최소화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어떤 특정 식품만 고집해 영양 균형을 깨뜨리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이로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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