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목소리변화, 각종 암의 전조증상= 50대 직장인 이모씨는 하루에 한 갑 이상의 담배를 태울 정도의 애연가다. 언제부터인가 숨을 쉬는 것이 힘들고 쉰 목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감기 때문 이겠거니 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이모씨는 주변에서 ‘목소리가 왜 그러냐’라는 말을 자주 듣고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검사결과 한쪽 성대가 움직이지 않는 성대마비였다.
성대마비의 원인을 암으로 의심해 대학병원에 흉부 엑스선 촬영 및 흉부 전산화단층촬영(CT)을 의뢰한 결과 이씨의 성대마비의 원인은 폐암으로 나타났다.
성대는 목의 좌, 우 양쪽에 위치한 크기 2cm 미만의 기관으로 말을 할 때 양측의 성대가 서로 밀착하며 진동을 유발해 소리를 낸다. 성대 진동을 조절하는 후두 신경은 뇌에서 시작하여 후두, 갑상선, 식도, 폐 등 가슴의 주요 부위를 길게 주행한다. 이 주행경로에 있는 갑상선, 식도, 폐 등에 암이 생길 경우 후두신경에 전이되기 쉬워 성대마비가 오는 것이다. 성대마비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한다고 해도 한번 손상된 후두 신경은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쉰 목소리는 회복되지 않으며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목소리도 늙고 병든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목이 쉬고 사레가 잘 걸리는데 이를 ‘노인성후두’라고 한다. 노인성후두는 50~60세 이후 몸의 전반적인 노화와 함께 성대 근육이 위축되고 탄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난다.
목소리가 변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심해질 경우 대화나 식사 등 일상생활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성대마비와 마찬가지로 사레가 잘 일어나 폐기능 저하와 폐렴 등의 합병증을 유발한다. 65세 이상 노인에게서 폐렴이 발병할 경우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천식, 기관지염, 폐결핵 등 폐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목소리 변화를 주위 깊게 살펴봐야 한다.
지속적으로 쉰 목소리가 나오고 고음에서 잘 갈라지는 등의 이상이 동반된다면 성대결절이나 성대폴립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목소리의 과다사용이나 스포츠 응원, 노래방에서의 고함 등으로 인해 성대에 굳은살이 생겨 자연스러운 발성이 안 되는 상태다. 성대폴립의 경우 한두 번의 고함에도 미세한 혈관이 터지면서 혹이 생길 수 있으며, 계속 자라므로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