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등골브레이커네!”…애들 ‘노페’ 사려 10시간 밤샘

“역시 등골브레이커네!”…애들 ‘노페’ 사려 10시간 밤샘

기사승인 2012-07-08 22:21:00

[쿠키 사회]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한다는 ‘등골브레이커’ 용어까지 탄생시킨 아웃도어 ‘노스페이스’의 할인행사장. 행사장에선 옷의 레벨에 따라 입는 학생들의 서열이 정해지고, 부모들이 얼마나 이 옷 때문에 시달리고 있는지 씁쓸한 세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 Y무역 물류센터 앞에는 이른 새벽부터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간이의자와 담요를 준비해 전날 밤부터 아예 꼬박 밤을 지새운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 노스페이스·에이글 등을 20~70% 할인 판매하는 패밀리세일에서 점찍은 옷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매장에 1등으로 입장한 고객은 전날 밤부터 10시간 이상을 기다렸다고 했다.

200명 정도로 입장이 제한된 행사장에는 이날 하루에만 3000명이 넘는 사람이 방문했다. 매장 입장 인원이 제한돼 행사장 입구에서 2~3시간씩 기다리느라 대기실도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 ‘제2의 교복’으로 불리는 ‘노스페이스’ 매장엔 학생과 학부모들의 자리 경쟁도 치열했다. 부모들까지 가세한 건 아이들이 “그 제품 아니면 안 입겠다”고 떼를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서울 문정동에서 온 고등학생 김성현(17)군은 “사고 싶은 바람막이가 있었는데 아예 세일 품목에 없었다”며 “제일 먼저 와서 줄을 서지 않는 이상 원하는 것을 사는 게 불가능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군의 어머니 송모(40)씨는 “아이가 노스페이스 파카를 사달라고 졸라서 세일 소식을 듣자마자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원하는 옷을 고르기 위해 행사기간 내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한 학부모는 “혹시 풀릴지 모르는 물량을 확인하기 위해 피곤하지만 2시간 거리에서 3일째 오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옷을 고르면서 먼지가 많이 발생한다면서 아예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부모들은 아이들 등살에 떠밀려 이곳까지 왔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왜 이렇게 특정 제품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옷에 학생들이 빠져들도록 하는 상술과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도 쏟아져 나왔다.

서울 구로동에서 온 방서영(37·여)씨는 “중학생 조카의 파카를 사러왔는데 아이가 품번을 얘기하며 그거 아니면 안 입겠다고 해서 계속 찾고 있다”며 “작년 겨울 노스페이스 품번에 따라 서열이 생기면서 학생들이 높은 서열의 비싼 제품만 원하는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에서 온 안정호(55)씨는 “한여름에 파카를 사려고 밤새 줄을 서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며 “세일을 해도 여전히 비싼 가격인데 평소 가격 거품이 엄청난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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