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안에 홈플러스가 3개… “상생은 이런 것?”

2㎞안에 홈플러스가 3개… “상생은 이런 것?”

기사승인 2012-07-09 22:35:01

[쿠키 경제] 서울 마포구 일대에 불과 2.3㎞를 사이에 두고 홈플러스 세 곳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지역 상인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 대해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의무휴업이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로 인해 골목상권이 더욱 힘들어진 상황에서 대형마트들의 무차별 잠식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서울 정동 영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분별한 대형마트 입점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현재 건물 인테리어까지 끝마치고 입점을 한 달 정도 남겨놓은 상태다. 이곳은 서울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건물 지하 2층에 1만4000㎡(약 4300평)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홈플러스 월드컵경기장점과는 불과 2.3㎞ 떨어져 있고,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망원점은 그 중간에 위치해 있다.

걸어서 2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홈플러스 세 곳이 모여 있는 셈이다. 18년 동안 인근 망원시장에서 속옷 장사를 한 조태섭(57) 비대위 회장은 “대형마트가 이렇게 한 곳에 모여들면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먹고살라는 말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2010년 11월 ‘대형마트는 전통시장과 1㎞ 이상 떨어진 곳에 들어설 수 있다’는 내용의 유통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이 법안이 마포구 조례로 제정되기까진 5개월여가 더 걸렸다. 홈플러스는 조례안이 나오기 직전에 입점 등록 신청과 영업허가를 마쳤다. 지역 상인들이 비대위를 꾸려 반대 의견을 전달했을 땐 이미 한발 늦은 셈이다.

이번에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선다면 주변 전통시장과의 마찰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전통재래시장인 망원시장이 불과 670m 떨어진 곳에서 영업 중이고, 영진시장은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바로 맞은편엔 합정시장도 있다.

시장에서 손두부를 파는 김진철(49)씨는 “영국 테스코의 경영방침은 상생이라고 들었다”면서 “왜 한국 홈플러스만 정반대로 운영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홈플러스가 ‘합법적으로’ 사업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철회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비대위 관계자는 “마포구청은 홈플러스 입점을 허가할 당시 상권 분석을 하거나 지역 상인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의 과정도 무시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비대위는 이날부터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막기 위한 1인 시위를 오는 16일까지 영국대사관 앞에서 계속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이날 제238회 정례회 본회의를 열고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철회 및 홈플러스 월드컵점 계약해지 촉구 결의안’을 재적의원 64명 가운데 찬성 59명으로 원안 가결했다. 그러나 이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고 압박하는 수단일 뿐이어서 홈플러스 합정점의 입점을 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김철오 기자
sotong203@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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