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피하기 위해 냉방시설을 최대로 가동시키는 것도 좋지만 낮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다 보면 다양한 질환에 걸리기 쉽다. 냉방병처럼 잘 알려진 것도 있지만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큰 병으로 확대될 수 있는 질환도 있다. 바로 수족냉증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하기 쉬운 ‘레이노이드 증후군’이다.
◇수족냉증과 레이노이드 증후군, 뭐가 다르지?= 일반적으로 손발이 차고 저린 증상을 수족냉증이라고 부른다. 수족냉증의 원인은 현재까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대체로 추위와 같은 외부 자극을 통해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공급이 줄어 냉기를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족냉증은 말 그대로 손발의 한기를 본인 스스로 느끼는 ‘증상’이다.
레이노이드 증후군은 이렇게 손발이 과도하게 차고 저린 듯한 통증을 동반하는 수족냉증 증상을 비롯해 손발의 색이 하얗거나 검푸른 색으로 변했다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심한 경우 동상에 걸린 것처럼 피부괴사로 이어질 수도 있어 세심한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
레이노이드 증후군은 인구의 10%에서 발병하는 흔한 질환이다. 특히 젊은 여성의 유병율이 20~30%에 이르며 실제로 전체 환자의 90%가 여성이다. 말초혈관 순환장애의 일종으로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경우에 주로 나타난다.
◇저온에 장시간 노출, 손 많이 쓰는 직업군 조심해야= 레이노이드 증후군은 기온에 특히 민감한 질환이다. 추운 겨울 등 기온이 낮은 시기에 많이 나타나지만 요즘처럼 냉방시설을 통해 실내에서 차가운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는 여름에도 안심할 수 없다. 또한 찬물을 사용하는 횟수가 많거나 손을 많이 쓰는 사람에게서 레이노이드 증후군이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직업으로 헤어 디자이너, 착공기나 대형드릴을 사용하는 공사장 인부, 건반악기 연주자 등을 들 수 있다.
◇심한 경우 수술 필요, 생활 속 사전예방이 중요= 보통의 경우 레이노이드 증상은 매우 경미하고 일과성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럴 때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지만 손발이 차고 저린 증세가 2년 가까이 지속된다면 임의대로 혈액순환제를 복용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체계적인 검사를 통해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문수진 부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레이노이드 증후군 환자에서 상당수가 전신 경화증, 쇼그렌 증후군, 전신 홍반성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양한 자가 면역 질환의 초기 증상인 경우가 많으며 동맥경화증, 간질성 폐질환, 폐동맥 고혈압 등의 내과적 질환의 증상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전문의 진료를 통해 유발 원인을 파악한 후 진단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수족냉증 증상이 장기간 지속 시 혈액검사, 방사선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칼슘차단제, 알파차단제 등 약물치료해야 한다”며 “손발에 궤양이 동반되는 등 증상이 심할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레이노이드 증후군의 증상이 심한 경우는 교감신경 절제술을 시행할 수도 있으며, 보통 레이노이드 증후군으로 진단 받으면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물을 쓰게 된다.
레이노이드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이라 하더라도 찬 에어컨 바람에 장시간 노출될 때는 가벼운 카디건 등 겉옷을 소지해 한기가 느껴질 때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직업이나 생활여건상 찬물 사용을 줄이기 어렵다면 틈틈이 손발을 마사지 해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