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10여일 앞으로 다가오자 평소 독서실에서 자습을 하던 수험생 정예은(18)양은 지난달부터 자습 장소를 집으로 옮겼다. 감시의 눈이 없는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다 보니 점차 공부를 게을리 하게 됐기 때문이다.
집으로 옮겨온 정양은 친구 여럿이 화상카메라를 켜 놓고 함께 공부하는 '캠스터디'를 시작했다. 정양은 "집에서 공부하면서도 규칙적인 생활도 하고 다른 친구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도 받는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시대에 학생들의 공부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고시생과 수험생들에게 시간표를 함께 정하고 공부하는 '생활스터디', 함께 식사를 하면서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밥터디' 등이 인기였으나 최근에는 IT기술을 접목한 '캠스터디' 모임이 크게 늘고 있다.
'캠스터디'는 팀원끼리 컴퓨터 화상카메라를 이용해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확인하며 경쟁심을 자극하는 공부방식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집에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고, 나태해지는 자습시간도 서로 감시해 줄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모임을 만들어 수험생들끼리 화상카메라로 서로 도와주며 밤샘 공부를 하거나 아침 출석 체크로 서로를 감시하는 형식이다.
15 일 수험생들이 많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를 확인한 결과 '캠스터디' 멤버를 모집한다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서로를 독려하는 방법도 인기다.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멤버들끼리 모바일 메신저에 그룹 채팅방을 만들고 이곳에 '기상인증' '공부인증' 등 관련 사진을 올리는 방식이다. 정해진 시간에 인증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벌점이 쌓이고 결국 그룹 채팅방을 나가야 한다. 또 서로 예상 문제를 제출해 풀어보거나 논술 첨삭을 해보는 인터넷 공부 모임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3 수험생 서지연(18)양은 "학원에 가면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생겨 공부에만 열중할 수 없다"며 "이동시간도 줄이고 생활도 규칙적으로 할 수 있어서 최근 이런 자습 모임에 참여하려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일(19)군도 "학원이 인터넷 강의로 대체된 것처럼 독서실 자습도 '캠스터디'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온라인 스터디 카페에 글을 올린 한 고교생은 "스터디 모임에서 공부와 관련 없는 메시지로 알람이 수시로 울려 카카오톡을 아예 꺼놨다"며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돼 온라인 스터디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전문가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학부모 김서옥(44·여)씨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인증 사진을 찍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게 오히려 공부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 교수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결과적으론 사생활을 과도하게 노출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부정적 부분도 깊이 생각해 보고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