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임기말 두 표정… 청와대 진공, 별공?

MB 임기말 두 표정… 청와대 진공, 별공?

기사승인 2012-07-20 20:44:01

[쿠키 정치] 대한민국 공무원! 안정된 직업으로 미혼 남녀들로부터 최고의 ‘신랑·신부감’으로 대우받는 인기 직업이지만 이 속에도 애환이 있다. ‘진공(眞公)’과 ‘별공(別公)’의 차이가 그것이다. 진공은 공무원 시험을 거친 ‘진짜 공무원’이고, 별공은 정부 각 부처의 일시적인 필요에 따라 선발된 별정직 공무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 뽑히거나 옷을 벗어야 하는 별공들이 가장 많다는 청와대, 요즘 이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청와대 3급 행정관 A씨는 ‘별공’이다. 4년반 동안 이명박 정부와 함께해 온 그는 1년 전만 해도 정말 잘 나가는 공무원이었다. 업무관계로 관련 부처에 전화 한 통을 걸어도 상대방이 눈치를 본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런 A씨의 요즘 고민은 현 정부 임기가 끝난 이후의 일자리다. ‘과연 난 어디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정권이 끝나면 밥줄이 끊기지 않을까.’ 업무 중 수시로 떠오르는 생각에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다른 비서관실의 같은 직급 행정관 B씨는 정반대 고민 중이다. 행정고시로 공직에 들어온 ‘진공’인 그는 부처에서 ‘일 잘하고 판단이 빠르다’는 평판을 얻었고, 2008년 현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로 차출됐다. ‘이제 돌아갈 때가 됐다. 정권이 끝나기 전에 삼청동(청와대)을 벗어나야 친정으로 승진해 갈 수 있는데….’ B씨는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한다.

또 다른 별공 행정관 C씨는 한 달 전부터 늘어난 업무량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같이 일하던 진공 한 명이 원래 부처로 돌아간 뒤 충원되지 않아서다. 진공 몫까지 다 처리해야 해 퇴근 시간이 예전보다 두세 시간은 늦어졌다. 그는 “아무리 진공을 충원해 달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정부 각 부처에는 서로 청와대로 가지 않으려는 ‘진공’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레임덕(정권 말 권력누수)이 시작된 마당에 “거길 가서 득 될 게 없다”는 분위기 때문이다.

장관급인 대통령실장과 차관급 수석비서관, 1·2급 비서관 등 대한민국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청와대에는 별공이 많다. 하지만 아무래도 퇴임 후 직장을 걱정하는 별공들은 3급 행정관급 이하에 집중돼 있다.

얼마 전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서는 고용보험 공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월급에서 일정액의 고용보험료를 공제하면 실업자가 됐을 때 몇 달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제도에 진공들은 별 관심이 없던 반면, 별공들은 난리가 난 것이다. 어떤 별공은 “그걸 내야 정권이 끝나도 몇 개월 동안 일자리를 찾으면서 밥벌이를 할 수 있다”고 말했고, 다른 별공은 “실업급여 타러 가서 전직 청와대 고위 공무원이었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공제를 포기했다고 했다.

별공과 진공은 공무원연금 수혜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진공들은 꾸준히 연금을 불입해 정년퇴직 후 거의 현직 급여 수준의 연금을 받지만, 별공들은 재임기간 동안 납입한 액수만큼만 인정된다. 따라서 공무원 옷을 벗을 때 쥐꼬리만한 액수를 일시불로 받는 데 그친다. 한 별공은 “연금이나 고용보험 얘기가 나오면서 내 신세에 가슴을 쳤다”며 “결국 우리는 이 정권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별공들이 처한 ‘신세’는 현 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매한가지였다.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이 집권하면 소속 정당이나 ‘코드’가 같은 인사들이 대거 청와대로 들어왔다가 5년이 지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이 반복됐다.

그래도 이전 정부에서는 나았다고 한다. 별공들이 퇴직할 경우 사표 시점을 6개월 정도 늦춰줘 이 기간 동안 기본급 정도는 지급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08년 2월 노무현 정부가 끝난 뒤에도 일부 별공들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새로 집권한 이명박 정부가 곤혹스러워했다는 얘기도 있다.

현 정부는 이런 관행을 없애겠다면서 출범 초기 ‘대통령 임기 중 퇴직한 청와대 공무원은 3개월 치의 기본급 정도를 위로금으로 지급하되, 대통령과 함께 임기를 마칠 경우에는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결국 이 대통령과 함께 마지막까지 청와대를 지켜야 하는 별공들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2013년 2월 25일이면 허허벌판에 나앉게 되는 셈이다.

한 별공 행정관은 “업무가 많아 일에 파묻혀 있을 때는 모르다가 잠시 생각할 여유가 생기면 생계걱정이 불현듯 밀려온다. 이제 남은 건 같이 일해 왔던 동료 선후배에 대한 의리뿐”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김철오 기자
procol@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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