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이삼열(가명·14)군은 24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창작공연 ‘넌 누구니?’의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다. 법무부 서울남부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있는 이군은 약간 들뜬 목소리로 “무용치료로 새로운 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말수가 적고 소극적이던 이군은 보호관찰 처분에 포함된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밝고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이군은 후미진 곳에서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본드를 흡입하는 불량 청소년이었다. 지난해 11월 친구 2명과 동네 슈퍼에서 맥주 1.6ℓ짜리 2병과 담배 3갑을 훔치다 주인에게 붙잡혀 경찰서에 가게 됐다. 특수절도 혐의였다. 서울가정법원은 이군에게 보호관찰 1년, 야간 외출금지 3개월과 함께 20시간 동안 상담을 받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상담 명령에 따라 지난 5월부터 같은 처분을 받은 또래 10명과 13차례 놀이치료 프로그램인 무용치료를 받았다. 이군은 “처음에는 몸을 움직이는 게 귀찮고, 다른 친구들과 몸을 부대끼는 게 어색해서 자꾸 뒷걸음질치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료 횟수가 늘면서 점점 몸으로 표현하는 데 재미를 느꼈다. 이후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게 된 이군은 “기회가 된다면 놀이치료를 계속 받고 싶다”고 했다. 이번 공연도 치료의 연장선이다.
1989년 소년범에 대한 보호관찰 제도가 생긴 이래 법무부는 청소년 계도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2009년부터 보호처분에 상담이 추가되면서 미술·음악·놀이 치료 등 다양한 기법이 도입됐다. 이군이 받은 놀이치료는 자아혼란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마음을 몸동작으로 표현하면서 자아갈등을 해소하고 자기를 찾도록 돕는 심리치료의 일환이다. 강주화 기자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