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맞서기 위해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갖은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시원한 음식, 에어컨, 휴가지로의 도피 등 수단과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무더위’라는 혹을 떼려다가 ‘배탈’이라는 혹을 붙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여름철 흔히 발생하는 배탈의 유형과 예방법에 대해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박창해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잘못된 음식 섭취로 인한 ‘배앓이’= 여름철에는 차가운 음료나 빙과류, 과일, 익히지 않은 각종 음식들을 섭취할 기회가 많아진다. 하지만 이러한 음식에는 대장균, 포도상구균 등 각종 유해균들이 존재한다. 박창해 교수는 “위장이나 대장의 상태가 평소에 좋지 않거나 몸의 저항력이 약해져 있으면 세균의 침입에 저항하지 못해 장염이나 위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찬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배탈은 물론 위경련까지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음식으로 인해 식중독을 앓게 될 경우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다름 아닌 배앓이(복통)와 설사, 구토 등이다. 이때 지사제나 항생제를 함부로 먹으면 매우 위험하다. 특히 설사는 몸속의 세균이나 독소를 장에서 흡수되지 않도록 체외로 빨리 배출해 내는 일종의 인체 방어 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억지로 설사를 멈추면 오히려 장염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바른 음식 섭취가 필수다. 식수는 가급적 끓여 마시는 게 좋고, 어패류나 육류, 유제품 등의 음식은 반드시 냉장보관 해야 한다. 너무 차갑거나 자극적인 음식, 청결하지 않은 곳에서 사 먹는 음식은 자칫 비위생적일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식중독 균은 일반적으로 5℃ 이하 또는 60℃ 이상의 온도에서 증식이 억제되므로 재료를 구입한 후 얼리거나 가열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위장질환, 만성피로 유발하는 ‘냉방병’= 하루 종일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에서 생활하는 탓에 ‘냉방병’은 여름철 단골질환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실외온도와 실내온도 차이가 크면 인체의 생체리듬이 깨지기 쉬워 설사나 소화불량 같은 위장질환이나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에어컨을 가동한 상태에서 밀폐된 공간에 오래 있으면 여러 가지 유해물질과 병원균이 포함된 실내공기에 신체가 지속적으로 노출돼 병을 얻기 쉽다.
하지만 실내 생활이 대부분인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이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주기적인 환기를 통해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덥다고 너무 에어컨에만 의존해선 안 되며, 이로 인해 몸이 지나치게 차가워지는 것도 피해야 한다. 에어컨이 계속 가동되는 실내라면 담요나 긴 옷을 걸치는 등의 방법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고, 잠자리에 들 때에는 아무리 더워도 배에 이불을 덮어주는 것이 좋다.
◇휴가철 알 수 없는 배탈에 시달린다? ‘물갈이’= 휴가철에는 흔히 ‘물갈이’이라고 하는 ‘여행자 설사’로 때 아닌 곤혹을 치르는 이들이 있다. 물갈이는 여행 시 배가 탈이 나는 현상으로 평소와 다른 물이나 음식을 섭취함으로 인해 발생한다. 물갈이는 박테리아에 의한 세균성 장염이 약 80% 이상을 차지한다.
박창해 교수는 “대장균을 비롯해 식중독균, 로타바이러스가 대표적인 예로 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인체로 들어오는데 평소 내성이 생기지 않은 유해균이 몸속으로 침투하면 대개는 하루 3~5회의 설사가 3~4일간 지속되다가 점차 호전되지만, 복통, 열, 심한 설사를 겪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노약자나 소아, 면역 기능이 저하된 사람, 설사로 인한 탈수가 심할 경우 위험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여행에서 돌아온 후 증상을 겪기도 한다.
물갈이는 대부분 3~4일간 안정을 취하고 수분섭취를 충분히 해준다면 대부분 호전되지만, 심한 설사가 계속되고 피가 섞여 나오는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날 경우에는 이질이나 콜레라를 의심해볼 수 있어 즉시 의료진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