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작은 영화] 대중에게 한발 다가선 김기덕 ‘피에타’

[Ki-Z 작은 영화] 대중에게 한발 다가선 김기덕 ‘피에타’

기사승인 2012-09-08 13:01:01

[쿠키 영화] 역시 김기덕 감독이다. 기존에 그가 선보였던 작품들은 대중성과 거리가 멀었고, 많은 관객은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잔혹함에 불편해했다. 해외 유수영화제에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의 18번째 영화 ‘피에타’ 역시 기존의 그의 색을 유지했다. 인간이 가진 악함을 바닥까지 보여주며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담아낸다. 특히 다리를 부러트리고 손가락을 절단시키는 무자비한 폭력과 인육 먹는 장면, 근친상간 등의 충격적 설정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싶을 정도로 소름 끼치게 한다.

다만 그간의 작품들에 비해 조금 더 친숙한 이야기로 친절해졌다. 영화는 평생 고아로 살아온 악마로 대변되는 사채업자 강도(이정진)에게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사랑이란 것을 받아 본적도 준적도 없이 30년을 살아온 냉혈한 그에게 ‘내가 널 버렸어’라고 말하며 등장한 여자.

분노에 찬 강도는 미움과 증오로 여자를 밀어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갈망하던 결핍된 ‘모성’ 탓인지 어느새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그 엄마를 놓칠세라 그 사랑에 집착하고 노심초사한다. 사랑을 알게 되며 악마 같던 그의 잔인함도 점차 누그러진다.

하지만 김 감독의 성향상 개과천선한 강도의 이야기로 끝날 리 만무하다. 엄마의 존재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며 관객은 충격에 빠진다. 물론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만큼 어려운 설정은 아니지만 약간의 단서를 끊임없이 흘리며 관객을 이끌어가는 힘이 대단하다.

김 감독은 영화를 통해 ‘모성’을 이야기하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강도가 악마로 성장하게 된 것의 근원에는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고, 그 뿌리를 찾아보면 결국 돈 때문에 자식을 버린 부모가 존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아주 적은 것을 가진 자들의 것조차 잔인하게 빼앗는 강도의 모습, 악착같이 착취해도 수혜자는 따로 있을 뿐 넉넉한 삶을 살지 못하는 강도를 통해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폐단과 돈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떤 문제가 생기고, 그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강도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흉악한 가해자 같지만 결국 피해자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영화는 ‘진정한 속죄와 구원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다. 예술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만한 영화이지만 대중에게도 통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으로 김기덕 감독의 작품 중 ‘섬’ ‘수취인 불명’ ‘빈 집’에 이어 4번째로 초청됐다. ‘피에타’의 수상 여부는 한국 시각으로 9일 오전 2시에 밝혀진다.

청소년 관람불가로 지난 6일 개봉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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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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