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김기덕 감독이 ‘작은 영화’들의 상영권 보장 문제와, 감독의 창작권 보장 등에 대한 쓴소리를 남겼다.
영화진흥위원회는 14일 오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피에타’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축하연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기덕 감독과 주연배우인 조민수, 이정진을 비롯해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의석 영진위원장, 임권택 감독, 이현승 감독, 전규환 감독 등 영화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피에타’의 수상 기쁨을 함께 나눴다.
김기덕 감독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축하하러 와 줘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전한 뒤 “이 상은 한국 영화의 역사가 돼 준 분들이 있었기에 받을 수 있는 상이지, 개인적으로는 절대 받을 수 없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계, 한국 감독들이 함께 받은 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상을 타고 자축해도 아직 문제는 남아있다. 바로 상영관 문제다. ‘피에타’는 상을 받게 되면서 좋은 기회를 얻었다. 이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고생한 배우들에게 개런티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스태프들은 여전히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해 괴롭고 힘들 것이다. 그들에게도 상영 기회가 확장됐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국 영화의 제작 환경과 흐름, 영화감독의 창작권 보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해외 영화제를 다니면서 든 생각은 요즘에는 참신한 한국영화가 없다는 것이다.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는 감독들을 보면 여전히 홍상수,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같은 기성 감독들이다. 이들의 다음 타자가 없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 이유는 한국 영화가 점점 오락 위주로 흘러가면서 감독들이 투자‧제작사들에게 조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000년대의 한국 영화를 알린 위의 감독들을 뒤이을 신인 감독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영화 제작 중에 감독이 교체되거나 하차하는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투자자와 창작자 사이에 큰 생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 영화사들이 창작에 대한 더 넓은 영역을 영화인들에게 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한편, 김기덕 감독은 지난 8일 오후 8시께(현지 시간) 베니스영화제의 공식 상영관(salon de grande)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베니스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칸, 베를린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7년 만이며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는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사는 악마 같은 남자 강도(이정진) 앞에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와 두 남녀가 겪는 혼란과 점차 드러나는 잔인한 비밀을 그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