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바다 속까지… 물샐틈 없는 대통령 경호

얼음바다 속까지… 물샐틈 없는 대통령 경호

기사승인 2012-09-17 20:26:01
[쿠키 정치] “아니 우릴 못 믿어서 저 난리를 쳤다는 건가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그린란드 북서부 일룰리사트 빙하 해빙 현장을 둘러보기 하루 전 청와대 경호원들은 덴마크 왕궁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보다 나흘 전 경호처는 현지에 파견한 선발대 의견을 담아 “대통령 그린란드 방문 불가” 보고서를 작성해 올렸다. “현지에서 대통령이 탈 비행기가 30년이나 된 ‘고물’ 프로펠러기이고 일룰리사트 공항 활주로가 너무 짧아 최신 기종은 이착륙이 불가능하다”며 대통령의 현지 시찰을 완강하게 반대했다는 것이다.

이에 덴마크 측은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왕세자가 간다. 그래도 안전을 못 믿겠다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이 대통령의 일룰리사트행(行)은 어렵게 결정됐다.

방문 계획이 그대로 진행되자 경호처는 프로펠러기 성능부터 점검했다. 우리 측 항공정비 전문가가 직접 부품 상태와 내구성, 비상시 불시착 계획까지 살폈다. 다른 경호원들은 일룰리사트 앞바다의 유빙과 빙산 사이를 누비며 이 대통령 탑승 선박 경호 등 세세한 시나리오를 짰다.

해군 특수전여단(UDT) 출신 요원들은 빙산이 녹는 ‘얼음바다’ 속까지 직접 들어가 해저 지형을 익혔다. 입수(入水) 후 3분이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는 북극 바닷속을 보호복 한 벌에 의지한 채 잠수했다.

일부 경호원은 빙산에 직접 올라가 확인한 뒤 “얼음이 언제 어떤 형태로 깨질지 모른다. 대통령이 빙산에 오르는 일은 절대 막아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와 덴마크 측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철저한 우리 측 경호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경호처 고위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엔 불만 가득했던 덴마크 측도 모든 일이 끝난 뒤 ‘덕분에 우리까지 안전했다. 세계 최고의 경호’라고 칭찬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98차 라디오 연설을 통해 “그때 프레데릭 왕세자가 ‘한국 같은 나라가 와서 개발해주길 바란다’고 했고 나는 녹색성장 정신으로 왔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또 “다음 정부에서 본격적인 북극 개발과 탐사를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김철오 기자
procol@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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