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사라진 명동… “여기가 일본이야?”

한글 사라진 명동… “여기가 일본이야?”

기사승인 2012-10-08 20:57:00

10월 9일 한글날… 외국어 넘쳐나는 서울 도심

[쿠키 사회]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월 발간한 ‘2011년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명동(55.3%)이다. 절반을 넘는 관광객들이 명동거리를 걸으며 한국을 느끼고 체험한다.

이들을 돕기 위해 명동의 상점들엔 외국어가 능통한 점원이 필수다. 점포 앞 광고판과 전단지도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구비된다. 편리한 쇼핑을 돕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도를 넘어선 외국어 홍수 속에 ‘우리나라가 아닌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오후 방문한 명동은 중국 중추절, 국경절 황금연휴 끝자락을 만끽하는 중국인들과 일본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각종 현수막과 상점의 창문을 뒤덮은 중국어와 일본어 글자를 보니 이곳이 중국이나 일본의 한 거리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아시아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상점 직원들은 거리에 나와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럇샤이 마셰” “환잉꾸앙린” 일본어와 중국어로 “어서오세요” 라는 인사말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이들은 거리를 지나는 한국인에게도 외국어로 말하고 외국어 전단지를 나눠줬다.

음식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음식을 소개하는 글이 일본어와 중국어로 돼 있어서 오히려 한국인들이 그림을 보고 메뉴를 선택해야 하는 곳도 있었다.

명동 거리를 가득 메운 외국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프랑스에서 방문한 아즈코(29·여)씨는 “일본어가 곳곳에 적혀 있어 쇼핑하기 편하다”며 “한국말을 하나도 못하는데 영어와 일본어만으로 여행에 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많은 외국인들도 ‘쇼핑에 불편함이 없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날 거리에서 만난 회사원 현진수(28)씨는 “여자 친구가 쇼핑을 좋아해 명동에 자주 오는데 도가 지나치게 외국어가 많은 것 같다”며 “관광 온 사람들이 한국적인 정취를 전혀 느낄 수 없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태국에서 온 로신타(21·여)씨도 “한국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데 어느 나라에 온 것인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시민단체들은 정책적으로 한국어를 알리고 지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글문화연대 이인범 사무국장은 “간판이나 거리에 외국어가 넘쳐나는 것을 상인들의 문제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도적으로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김철오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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