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사람의 생명을 다룰 수 있는 의사가 싸이코패스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 ‘닥터’는 이상한 심리상태를 갖고 있는 의사 최인범(김창환)을 중심으로 인간의 심리와 내면을 몰랐을 때 오는 공포감을 그려냈다.
‘손톱’, ‘올가미’, ‘신장개업’ 등 그간 한국형 스릴러 만들기에 주력해온 김선홍 감독은 ‘닥터’를 통해 3년 만에 공포 스릴러물로 관객을 찾는다. 영화는 겉보기에는 잘나가는 성형외과 전문의지만 알고 보면 중증 사이코패스인 최인범이 아내 박순정(배소은)을 향해 벌이는 애욕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그린다.
인범은 자신이 원하는 외모를 가진 어린 아내 순정을 끔찍이 사랑한다. 하지만 인범의 돈을 보고 결혼한 순정은 그를 사랑할리 만무하다. 겉으로는 순종적인 척 그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지만 사실은 다른 남자와 연애중이다. 이 사실을 안 인범은 억누르고 있던 광기를 폭발시키고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온갖 싸이코 행동을 벌인다.
영화는 온통 피바다다. 환자를 난도질해서 죽이는가 하면, 복수를 위해 눈에 주사바늘을 찔러 죽이기도 한다. 심지어 장모의 허벅다리 살을 잘라 아내 순정에게 먹이는 등 눈을 질끈 감고 싶을 정도로 영화는 끔찍함의 연속이다. 김선홍 감독의 ‘센’ 스릴러 영화라고 하더라도, 일부 장면에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며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영화의 맛을 살려주는 것은 이런 엽기적 장면들의 향연이 아니다. 김창완은 선하고 친근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싸이코패스 역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나긋나긋 다정하게 말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불같이 화를 내고, 사람을 죽이고도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는 야누스의 모습을 열연했다. 그를 보고 있자면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 자신이 갖고 있던 연기에 대한 틀을 깨고 싶었다는 그의 이번 도전은 완벽히 성공한 듯하다.
영화 후반부에는 순정에 대한 반전이 등장한다. 왜 영화 속 인범이 많은 의사 중 성형외과 전문의로 설정됐나라는 것에 대한 의문이 풀리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으며, 이번 영화제에서 노출 드레스로 주목받은 배우 배소은이 박순정을, 서건우가 내연남을 연기했다. 개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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