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화면속 주인공처럼”…음란물은 성범죄 교과서

“나도 화면속 주인공처럼”…음란물은 성범죄 교과서

기사승인 2012-10-14 22:54:01

[쿠키 IT] “나도 화면속 주인공처럼”… 음란물은 성범죄 교과서

국민일보는 웹하드·토렌트사이트 등 10여개 인터넷 사이트에서 음란물 유통 실태를 점검했다. 14일 현재 여전히 다양한 종류의 음란물이 무제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은 불법 아동음란물 유포 등을 차단하기 위해 1000명에 가까운 수사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워낙 음란물의 양이 많고 유입 루트가 다양해 불법 음란물을 봉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범죄 조장 음란물 넘쳐=성범죄 상황으로 구성된 범죄 음란물은 청소년의 성범죄 수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 부산에서 여성을 연쇄 성폭행한 10대는 일본 음란물을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고 털어놨었다.

여중생에게 술을 먹인 뒤 화장실이나 옥상 혹은 빈 교실로 데려가 집단으로 성폭행하거나 혼자 있는 여성의 집에 숨어들어 성폭행하는 상황으로 연출된 음란물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아 시리즈로 올라와 있었다. 지난달 서울 중곡동에서 통학버스로 유치원에 가는 자녀를 배웅하고 돌아온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진환 사건’과 유사한 내용을 다룬 음란물도 다량 유통되고 있었다.

성폭행 뒤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가해자가 1차 범행 뒤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 재차 피해자를 집단으로 성폭행하는 내용의 음란물도 적지 않았다. 광주에서는 지난달 가출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10대 두 명이 검거됐었다. 음란물은 비행 청소년의 성범죄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이병귀 경찰청 사이버기획수사팀장은 “인터넷 음란물은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양이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휴대전화나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음란물을 직접 제작·유포하기도=청소년들이 음란물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포하거나 제작하는 데까지 손을 뻗는 지경에 이르렀다. 광주에서는 최근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여학생의 자위행위 동영상이 유포돼 경찰이 수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동영상에 나온 여학생이 스스로 본인의 행위를 찍어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관할 경찰서에서 해당 여학생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이성과의 스마트폰 채팅에서 상대방이 직접 만든 음란물을 넘겨받아 죄의식 없이 또래들과 공유한다. 여학생들도 거리낌 없이 동영상을 찍는다. 이것이 돌고 돌아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유포되기도 한다.

지난달 광주에서는 또래 여중생의 음란 동영상을 스마트폰을 통해 유포한 중학생 3명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포자를 잡아보니 중학생이었다. 가출 경험도 없었고 전과도 없었던 평범한 학생이어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어른된 뒤 성도착증으로 이어져=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한국콘텐츠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고등학생들의 사이버 음란물 접촉과 성범죄와의 관계성 분석’은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충북 7개 고교 재학생 153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매일 3시간 이상 음란물을 접한 학생(33명) 중 15명(45.5%)이 이성에게 성관계를 강요하고 성폭력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음란물 주인공처럼 성관계를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본 64명 중 19명은 실제로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은진 교수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다 결국 실제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기 쉽다”면서 “음란물에 장기간 노출된 청소년은 어른이 된 뒤에도 성도착증 등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고, 심하면 정상적인 결혼생활이나 사회생활까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경찰 단속 기준도 모호=경찰은 14일 아동·청소년 음란물 단속 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모호하다. 경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아동·청소년 음란물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성교·유사성교·자위·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노출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 등을 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교복 차림의 성인 배우가 출연한다면 상황은 모호해진다. 전반적 내용과 상황을 종합해야 아동·청소년 음란물로 판정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 입장이다.

‘소지’행위 기준도 불분명하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파일 형태로 컴퓨터 등에 보관하기만 해도 소지행위로 2000만원 이하 벌금형 대상이 된다. 음란물을 내려받았다가 삭제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동·청소년 음란물인줄 모르고 내려받았다가 삭제했다면 이를 소지할 의도가 없다고 보고 단속 대상에서 제외한다. 고의로 음란물을 보고 바로 지울 경우 단속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김수현 기자 yido@kmib.co.kr
조현우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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