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두 팀의 사정은 같지 않다. 지난해엔 롯데가 2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해 PO에 직행했고, SK는 KIA와 준PO를 치르고 올라와 롯데를 만났다. 올해는 2위였던 SK가 롯데를 기다리고 있다.
정규시즌 순위와 함께 팀간 맞대결 성적도 달라졌다. 지난해 롯데는 SK를 상대로 8승1무10패로 열세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0승9패로 우위를 점했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승패 차이는 근소하지만 롯데는 올 시즌 처음으로 SK에 약하다는 이미지를 씻어냈다.
감독이 바뀐 두 팀의 색깔도 바뀌었다. 특히 롯데의 변화가 눈에 띈다. 롯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대호를 필두로 하는 위력적인 타선이 팀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양떼 불펜’이라고 불리는 불펜진의 힘이 강력해졌다. SK에서 FA로 영입한 정대현까지 합류하면서 그 위력은 더 커졌다. 준PO에서 두산을 꺾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불펜의 힘 덕분이다.
롯데에 비해 SK의 장점은 2007년부터 6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경험이다. 또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자신감은 “SK에겐 가을 야구의 DNA가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작전 수행 능력과 물 샐 틈 없는 정교한 수비, 선수들의 지능적인 플레이는 롯데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다. 정규리그 1점차 승부에서 19승13패로 8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승률을 올린 것은 SK가 그만큼 다양한 득점 루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기도 한다. 가을의 베테랑 SK에 맞서는 롯데의 최대 무기는 패기다. 준PO에서 10년 넘게 팀을 짓눌러온 포스트시즌 1차 관문의 악몽에서 벗어나면서 롯데 선수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누구와 만나도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롯데가 서두른 나머지 실책을 범하지 않는다면 승산이 충분하다.
명승부가 될 PO 1차전은 16일 오후 6시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