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과학] 엉터리 건강검진이 많아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손모(당시 57세)씨는 2010년 3월 17일과 2011년 3월 17일 병원에서 단순 흉부 방사선 검사 등 채용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두 차례 ‘정상’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2011년 4월 다른 병원에서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던 중 그해 9월 사망했다.
병원 측은 흉부 방사선 촬영 사진 결과에 따라 정상으로 판정했고, 이 방사선 기기는 정기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병원이 피해자 측에 위자료 1880만원을 지급하라고 22일 결정했다. 조정위는 건강검진 당시부터 폐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흉부 방사선 사진의 화질 불량 또는 잘못된 판독으로 병원 측이 폐암을 진단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조정위 관계자는 “병원이 결정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송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정위의 결정은 법적 강제성이 없어 병원이 불복하면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
암은 우리 국민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질병이지만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병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암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병원 관계자들은 “암 오진 피해를 막으려면 건강검진 때 과거 병력, 증상 등을 자세히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가슴에서 멍울이 만져져 병원을 찾았던 이모씨도 오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씨(당시 42세·여)는 2010년 4월 병원을 찾아 ‘왼쪽 가슴에서 멍울이 만져진다’고 문진표를 작성한 다음 방사선 검사(유방촬영술)을 받은 결과 ‘정상’이라고 통보받았다. 그러나 5개월 후 유방암으로 진단받았다. 조정위가 지난 1월 500만원 배상을 통보했으나 병원이 불복해 소송 중이다.
조정위 정미영 차장은 “건강검진의 피해 유형은 오진이 가장 많고, 검사 도중 부주의로 장 천공 등 손상이 일어나는 검사부주의, 이상이 발견됐으나 제대로 통보하지 않거나 아예 누락되는 통보오류 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암 오진 관련 피해 상담은 지난해 507건으로 2010년 213건보다 138%나 늘었다. 피해 상담이 보상 등으로 이어진 사례는 지난해 74건으로 2010년(40건)보다 85% 증가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건강검진 후 정상으로 판정받았더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 진찰을 받아야 한다”면서 “오진 피해를 줄이려면 건강검진 기관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