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아버지 사진 앞서 목놓아 운 이유

박근혜 후보, 아버지 사진 앞서 목놓아 운 이유

기사승인 2012-10-26 00:01:00

[쿠키 정치] 10월 26일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1979년 이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박 후보는 자서전에서 그날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 분도 아니고 부모님 모두 총탄에 피를 흘리며 돌아가신 가혹한 이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핏물이 가시지 않은 아버지의 옷을 빨며 남들이 평생 울 만큼의 눈물을 흘렸다.”

올해 33주기를 맞는 박 후보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버지의 유산을 승계해 최초로 부녀(父女) 대통령에 도전하며 그 어느 해보다 박 전 대통령과 마음의 대화를 많이 나눴을 것이다. 딸이지만 대통령 후보가 됐기에 5·16 군사쿠데타, 유신,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 논란을 감내해야 했다.

박 후보에게 박 전 대통령은 어떤 존재일까. 박 후보는 1989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이 조국을 위해 평생 모든 것을 남김없이 송두리째 바쳐 사셨다”고 했다.

1997년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정치에 입문해 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 박 전 대통령이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박 전 대통령은 그에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정치적 ‘롤 모델(Role Model)’이지만 동시에 대통령이 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덫’이 됐다.

박 후보는 지난달 24일 과거사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박 전 대통령의 과오를 인정했다. 핵심 측근은 “기자회견 전 일주일간 평소와 달리 후보 표정이 어두웠다. 부모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한 박 후보는 아버지의 사진 앞에서 목 놓아 울었다고 한다.

지금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을 한 자씩 딴 정수장학회 문제가 박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정수장학회, 육영재단, 학교법인 영남학원, 한국문화재단을 박 전 대통령에 의해 강탈된 4대 재산으로 규정하고 검증작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는 박 후보는 새로운 각오를 다질 것이다. 아버지 묘역에서 그가 어떤 다짐을 하느냐에 따라 남은 기간의 대선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가 추도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캠프 관계자는 “후보가 직접 인사말을 다듬고 있다”며 “불행한 과거의 사슬을 끊고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는 국민대통합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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