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과 ‘색, 계’ 등의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이안 감독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홍보차 내한했다.
이안 감독은 5일 오전 서울 CGV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을 방문한 소감과 새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한국에 처음 온 것은 영화 ‘색, 계’(2007년) 때였다. 그 작품은 심오한 인간의 감정을 다루기에 많이 우울하고 감정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기에 제게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특히 한국에서 ‘색, 계’의 주연인 탕웨이를 많이 사랑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색, 계’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은 ‘라이프 오브 파이’다. 바다 한가운데 좁은 구명보트, 호랑이와 함께 남게 된 한 소년에게 펼쳐지는 어드벤처한 이야기를 3D로 그린 작품. 국내에서는 2013년 1월 3일에 개봉한다.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지금껏 만든 영화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고, 가장 제작하기 힘든 영화였다”면서 “인생과 신앙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3D라는 새 기술을 도입해 새 영역을 만들고자 했다”면서 “3000여명이나 되는 스태프가 4년 동안 일했다. 철학이 담긴 책, 신앙이 담긴 책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고백했다.
영화 제작에 대한 철학과 원칙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삶에 있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꿈”이라며 “영화는 특정 취향이나 생각 등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을 전하는 표현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불가능한 것들을 영화화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나부터 그 환상을 믿고 빠져들어야 관객도 몰입하는 것이다. 영혼이 담기지 않은 영화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운, 박찬욱 감독 등이 할리우드 진출을 앞둔 상황에서, 동양 감독으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한국 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 흥행 여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영화는 서양에서 생겨 동양에 전달됐다. 현재 동양 감독들이 서양의 영화 언어에 동양적인 것을 더해 새로운 바람, 공기 같은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 “생각하는 것만큼 할리우드 장벽이 높지 않다”면서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선배로서 조언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리우드는 제작하는 스타일이나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유념하고 의사소통에 신경 써야 한다”면서 “아무리 작은 생각이라도 말로 표현하고 상대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런 과정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라고 알렸다.
이어 “처음에는 이런 과정이 무척이나 불편했지만 이런 방식을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할리우드는 대규모 제작뿐 아니라 배급에 있어서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만약 그곳에서 의사소통을 잘하지 못한다면 늘 화가 나 있는 감독으로 비춰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할리우드에 진출해야만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재밌는 영화는 할리우드 밖에서도 많이 제작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디서 만들든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주연 수라즈 샤르마는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이다. 6개월 동안 4번의 오디션,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이안 감독은 주연자리에 신인을 낙점한 것에 대해 “순수함을 간직한 청년의 모습이 표현돼야 했는데, 기존의 배우보다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숙련된 연기자와 달리 훈련시키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3개월간 연기를 지도했고 5~6개월간의 촬영기간 동안에도 연기지도를 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시장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할리우드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건전하고 발전된 영화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만약 한국에서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제게 제안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한국 사람들과 우정을 쌓아가며 영화를 제작할 것이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