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잘 놀지 못해 ‘잘 노는’ 음악하는 퍼블릭 스테레오

[쿠키 人터뷰] 잘 놀지 못해 ‘잘 노는’ 음악하는 퍼블릭 스테레오

기사승인 2012-11-06 10:10:01

[인터뷰] 음악과 인터넷에 올려진 뮤직비디오 및 공연 실황은 봤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러다보니 인터뷰를 하기 전, 퍼블릭 스테레오(Public Stereo)라는 팀에 대한 선입견은 인터넷 뮤직비디오를 통해 만들어졌고, 클럽에서 한바탕 노는 그들의 이미지는 ‘다소 껄렁껄렁하지만 무대에서는 잘 노는 팀’이었다. 조금은 시끌시끌하면서도 정신없고, 그러면서 주제도 계속 엇나가는 인터뷰를 생각했다. 하지만 서울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기자의 머릿속을 한차례 휘져 놓았다. 신림동 어느 학원가에서 만날 것 같은 ‘순진형’ 느낌은 속칭 요즘 유행어로 ‘이건 뭐지’였다.

10월 25일 디지털 싱글 1집 ‘색의 충돌’(Chroma popping)을 들고 나온 퍼블릭 스테레오(이지(본명 최수동), 이노(본명 박인호), 나무(본명 김재환))가 클럽 무대에서 노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면 확실히 거친 측면이 강하며 밤거리를 헤맬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음악을 하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성격들이 ‘잘 놀지 못해서’다.

“사실 저희가 그렇게 밝고 명랑한 팀은 아니에요. 삶의 지향점은 ‘밝게 놀자’인데, 실제로 그러지는 못하니까, 음악에서 무거운 주제보다는 가벼운 주제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빠르고 밝은 음악을 하고, 그런 공연을 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밝은 성격들이 아니거든요.(웃음)”(나무)

팀의 결성 역시 이들의 성향만큼이나 독특하다. 이지와 나무는 서로 알고 지낸지가 10년이 넘는다. 이들은 홍대에서 록밴드를 결성하게 되고 활동을 하다가 해체를 했다. 이후 대학생 신분으로 클럽에서 공연을 하던 이노가 블로그에 노래를 올려놓은 것을 나무가 듣고 연락해 2인조를 구축했고, 몇 개월이 지난 후 이지를 재영입하면서 지금의 퍼블릭 스테레오가 만들어졌다.

“퍼블릭 스테레오의 최초 결성은 이노랑 한 셈이죠. 사실 그 전에 하던 밴드를 심하게 싸우면서 해체를 해서 이지를 안 보려고 했었어요.(웃음) 그런데 노래를 워낙 잘해서 다시 영입을 하게 된 거에요. 그렇게 팀을 꾸려 2년을 오게 된 거죠. 2010년 7~8월쯤 이노를 만났고, 이후 10월 정도에 이지가 합류한 것이니까요.”(나무)

나무와 이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독특하다고 느낀 것이 록 밴드였다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그룹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밴드의 장르상 교류도 있을 수 있고, 장르 변경도 가능하지만 이들의 현재 음악을 듣다보면, 록 밴드였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다.

“사실 저희가 록 밴드를 했던 시절에도 밴드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일렉트로닉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그 당시에도 신시사이저 소스를 많이 가져다썼고, 음악도 멜로디컬했어요. 또 랩도 많이 들어가고 인더스트리얼한 측면이 강했죠. 밴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베이스도 없고, 드럼에 기타 그리고 보컬이 세 명이나 됐으니까요. 굉장히 실험적이었어요.”(나무)

“밴드 생활 초반에는 사람들의 반감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록 밴드가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었으니까요. 특히 록 마니아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저희가 계속 그 음악을 하다보니, 반감을 가지시던 분들도 좋아해 주시더라고요.”(이지)

퍼블릭 스테레오가 이번에 발표한 ‘색의 충돌’에는 총 3곡이 수록돼 있다. 타이틀곡 ‘베이스먼트 파티’(Basement party), ‘페이데이’(Payday), ‘완벽해’가 서로 다른 느낌으로 포진해 있다. ‘베이스먼트 파티’는 센스 있는 랩과 훅, 심플한 편곡의 조화가 잘 어울린 댄스곡이다. 재미있는 것은 세 번째 곡 ‘완벽해’다. 이 곡은 맏형 나무가 좋아하는 걸 그룹 에이핑크 초롱과 나은을 생각해서 만든 곡이다. 그래서인지 대중성이 상당히 짙다. 앞서 두 곡이 클럽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면, ‘완벽해’는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 들고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완벽해’라는 곡을 만들어보자고 하고 주위에서 완벽하게 뭐가 있을까라고 이야기를 하다가 시작했죠. 처음에는 순수하게 어떤 음악이 완벽할까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은 제가 좋아하는 에이핑크 초롱 씨와 나은 씨가 완벽하다고 생각해 두 분을 떠올리며 곡을 만들게 됐죠. 때문에 곡이 좀더 대중성 있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웃음)”(나무)



실상 이들에 대한 정보는, 극히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인터넷에서 찾기 어렵다.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다보니, 대중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잘 몰랐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인터넷에 알리는 작업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이들이 맡은 파트가 엉뚱하게 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한 지방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는데, 저에 대해서 ‘랩 가사와 안무를 담당하는 이노’라고 나온 거예요. 깜짝 놀랐죠. 당시 인터뷰에서 안무 담당이 아닌, 무대 위에서 그냥 춤을 춘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거든요. 보통 무대에서 놀잖아요. 그런 모습을 말한 건데 그렇게 기사가 나온 거예요. 사실 원래도 춤을 잘 못추는데, 팀에서 안무를 맡다니요. 큰일 날 소리죠.(웃음)”(이노)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알던 퍼블릭 스테레오지만, 어느 새 이들도 슬금슬금 대중들 사이로 자신들만의 음악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그대로지만,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일면 변화됐다. 일종의 책임감이 생긴 셈이다.

“음악이 노출되는 면에 있어서 인터넷 등 환경 변화를 확실히 느껴요. 예전에 밴드하던 시절에는 어차피 앨범을 내더라도 듣는 이들이 한정되어 있어서 편하게 만들고 불렀는데, 지금은 인터넷에 올리면 불특정 다수에게 저희 노래가 노출이 되잖아요. 그러다보니 가사를 쓰는데도, 책임감을 갖게 되더라고요.”(나무)

이들을 보고 있지만 확실히 세 사람이 하나의 교집합을 제대로 이룬 모양새를 갖췄다. 앨범명은 ‘충돌’이지만, 이들은 부딪치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는 셈이다.

“음악 성향이 다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교집합을 만드는데, 저희 팀이 그런 교집합의 형태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저희의 모습을 가요계에 던지려고 하는 거죠. 퍼블릭 스테레오의 ‘부딪침의 대상’이 분명해 보이지 않나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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