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장은아 “소지섭과 ‘맞짱’, 갈비뼈 다쳐 고생”

[쿠키 人터뷰] 장은아 “소지섭과 ‘맞짱’, 갈비뼈 다쳐 고생”

기사승인 2012-11-25 12:44:00


[인터뷰] 흥행 여부를 떠나 어떤 영화든 조연급 중에서 ‘스타성’을 지닌 배우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어느 날 이들 중 몇몇은 ‘스타성을 지닌’이 아닌, ‘스타’가 되어 다시 관객들과 만나기도 한다.

영화 ‘회사원’에서 강력한 액션을 선보이며 소지섭과 일대일 ‘맞짱’을 뜬 배우 장은아는 그런 면에서 ‘스타성’을 예감케 했다. 물론 ‘영화에서 소지섭과 맞짱 뜬 여배우’로만 인식하고 있다가 ‘배우 장은아’로 알게 된 것은 엉뚱한 사건 때문이었다. 장은아 소속사가 각 언론사에 인터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장은아 개인 휴대폰 번호가 프로필에 고스란히 기재됐다. 보통 배우들의 번호보다는 매니저의 번호가 기재되어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례적이었다.

“그 프로필은 제가 오디션 보러 다닐 때 보낸 건데, 그대로 뿌려진 거네요. 하지만 이런 일로 인해 제가 기자님들에게 기억된다면 기분 좋은 일이죠. 다음에 이 같은 방법을 한번 더 써먹어 볼까요?(웃음)”

말 몇 마디에서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 좋게 만든 장은아는 극중 소지섭과 같은 청부살인회사에 다니는 서 대리 역을 연기했다. 초반에 살인 프로젝트에 잠깐 모습을 비췄던 장은아가 관객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고가 다리에서의 격투 장면. 차에 치어 죽기에 장은아에게는 마지막 장면이기도 하지만, 김동준의 액션신과 더불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배를 구둣발로 맞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그게 원래 합에 없었어요. 현장에 갔는데, 제가 강한 타격을 받는 것이 있었으면 한다고 해서, 바로 만들었죠. 물론 맞고 나서 갈비뼈에 금이 가서 바로 병원을 향했죠. 소지섭 씨는 굉장히 미안해 하더라고요. 액션을 많이 해봤지만, 여자는 처음 때려봤다면서요. 그 이후에 뼈 붙으라고 홍삼 등을 사주시던데요. 뭐 괜찮아요. 아직 살아있잖아요.(웃음)”



사실 첫 영화 시나리오에는 장은아와 소지섭의 멜로라인도 비중이 꽤 높았다. 서 대리가 형도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사랑하는 감정을 갖는 장면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소지섭과 이미연의 멜로에 집중이 되다보니, 서 대리는 멜로 라인에서 배제됐다. 장은아는 이 장면을 안타까워 했다.

“제 장면이 빠져서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서 대리와 형도의 멜로 라인이 조금 더 부각이 되었다면, 둘의 격투신 장면이 더 슬펐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하는 입장이 되고, 싸워야 하니까요. 격투 장면에서 형도가 넥타이를 사용하는데, 그 넥타이가 사실 서 대리가 선물한 거예요. 그 내용을 관객들이 알고 봤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서 대리가 차에 치어 죽는데, 과연 무술이 뛰어난 서 대리가 그것을 못 피했을까 싶어요. 형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많이 맞다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배우 장은아가 순식간에 ‘맞고 사는 여자’로 둔갑한 것이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순식간에 피해여성의 아이콘에 되버렸죠. 병원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몸에 멍이 많으니까 간호사 분이 ‘이건 분명 남자에게 주기적으로 맞은 멍이다. 이거 계속 맞으면 중독된다’며 여성의 집 연락처를 알려주시더라고요. 그 다음 날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과 소지섭 씨에게 ‘이거 어떡하냐’고 말하며 웃었죠.(웃음)”

2008년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으로 데뷔한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 ‘글러브’, ‘로맨틱 해븐’, ‘활’ ‘오직 그대만’ 등에서 얼굴을 비쳤다. 특히 ‘오직 그대만’은 소지섭이 한효주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얼떨결에 소지섭과 두 작품을 같이 한 셈이다.

“웃긴 일이 있었죠. ‘오직 그대만’이 개봉할 때 ‘회사원’이 촬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소지섭 씨가 촬영 현장에서 ‘오직 그대만’ 영화를 봤는데, 저를 봤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사실 영화에서 같이 나오는 장면이 없으면 만나지 못하잖아요. 그러면서 소지섭 씨가 ‘너 여기서 뭐하냐. 영화 홍보 다녀야 하지 않냐’라고 웃으면서 말하더라고요.(웃음)”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면 굉장히 보이시한 매력을 풍겼다. 어찌 보면 여성스러운 모습보다는 다소 남성적인 모습까지 보였다. 이는 비단 영화 속에서 강한 모습을 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릴적에 아버지가 굉장히 강하게 키우셨어요. 초등학교 때 딸 둘을 새벽 5시에 깨워서, 태권도복 입히고 태권도장에 내보냈어요. 그렇다고 단을 딴 것도 아니에요.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여자라도 어디 가서 빌빌거리면 안된다고 시키신 거죠. 도장에 나가서 청소도 하고 같이 운동도 하고 아침 먹고 학교에 갔어요. 그렇다고 단을 딴 것도 아니에요. 그 당시 생활이 아직도 몸에 배어있어요. 배우로서 도움이 되죠.”

엄격한 아버지는 딸이 배우 생활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때문에 20살이 되고 나서 부모님의 지원이 끊겼다. 스크린에서 딸의 모습을 봐도 일언반구 말을 안했다. 그런데 ‘회사원’에서는 약간의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희한하게 이번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과거 아버지가 아시던 분이 ‘회사원’에서 나온 인물 중 누구와 닮았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역시 제 이야기를 없으셨죠.(웃음) 아버지는 제가 월급 받는 직장에 다녔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덧붙여서 제가 쌓은 경력이면 회사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씀하시더라고요. 회사의 회식자리에서요.(웃음)”

장은아는 어떤 연기든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는 연기자를 꿈꾼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과 자신에게 나오는 에너지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행복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때문에 “연기는 할수록 욕심이 난다”고 말한다. 다음 영화에서 장은아는 어느 위치에 서 있을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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