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오해, HIV와 AIDS는 같은 말?= HIV와 AIDS는 같은 말이 아니다. HIV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로 AIDS(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를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다.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초기에는 면역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고 에이즈를 추정할 만한 질환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후 면역 체계가 손상되면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에 의한 감염증, 암 등의 질병이 나타나는데 이때의 증상을 에이즈라고 한다.
따라서 에이즈에 감염된 것이 아니라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개념이므로 질병관리본부에서는 ‘HIV 감염인’으로 지칭하고 감염 후 질병이 상당히 진행돼 면역체계가 파괴된 사람을 ‘에이즈 환자’라고 칭한다.
◇두 번째 오해, 에이즈 환자를 문 모기에 물리면?= HIV는 인간의 면역세포 안에서만 생존하고 증식한다. 모기가 빨아 먹은 피는 모기의 소화기관으로 들어가 HIV가 번식하지 못하고 흡수되기 때문에 모기나 벌레를 통해서는 HIV에 감염되지 않는다.
◇세 번째 오해, 에이즈는 동성애자의 전유물?= 에이즈가 동성애자의 질병이라는 오해는 동성애자가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항문성교 시 항문 주위의 혈관들이 파열되면서 상처가 생기기 쉽고 이 상처를 통해 상대방에게 HIV가 들어가게 되므로 이성애자보다 HIV 감염 확률이 높아진다. HIV 감염은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HIV 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할 때 일어난다.
◇네 번째 오해, 성관계로 무조건 감염된다?= HIV 감염인과 한 번의 성관계로 감염될 확률은 0.1~1%인 반면에 감염된 혈액으로 수혈을 받을 때 감염될 확률은 90%다. 하지만 사람들은 막연히 성관계를 통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실제로 성관계 자체의 낮은 감염 확률에도 불구하고 국내 감염자의 99%가 성관계에 의해 감염되고 있어 ‘감염자와의 성관계는 에이즈’라는 연상 작용을 하게 된다. 확률은 낮지만 감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성관계시에는 반드시 콘돔을 착용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다섯 번째 오해, 출산 시 아이에게 옮길 수 있다?= 주요 감염 경로 중 수직감염이라고도 하는 출산 전후 감염에는 자궁 내 감염, 출산 중 감염, 모유 수유에 의한 감염이 있다. HIV에 감염된 산모가 출산하는 경우 아이에게 감염될 확률은 25~30%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이도 약물 치료를 받지 않는 산모의 경우에 한한다. 치료를 받은 경우에 아기에게 수직 감염될 가능성은 5%로 떨어진다.
최희정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식사, 화장실, 목욕탕 사용 같은 일상생활 중의 신체 접촉으로는 옮지 않으니 상대방을 회피하는 것은 감염자를 향한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 ‘에이즈’라는 이름이 주는 무서움 때문에 꺼리지만 조심하면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HIV와의 격리만을 강조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은 없다. 맹목적인 공포에서 벗어나 에이즈를 이해할 때 에이즈의 위험에서도 안전할 수 있다”고 말하며 에이즈에 대한 오해가 아닌 이해를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