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또래 간의 문제로 치부됐던 학교폭력은 세대를 이어갈수록 보다 잔혹한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엽기적 사건, 묻지마 사건 등의 원인이 학창시절 트라우마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결국 학교폭력의 후유증이 성인기로 이어져 사회 전체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는 얘기다.
피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가해자에게는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를 남기는 학교폭력의 폐해는 한마디로 심각하다. 초중고생 10명 중 2명이 학교 내에서 폭력을 경험했으며 학교 폭력의 후유증으로 등교 거부, 자살 충동 등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청소년 5명 가운데 1명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실제로 한해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매년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는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학교폭력 피해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도대체 그 원인은 무엇일까? 한때 이지메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일본은 학교폭력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왔다. 과거 이지메를 당했던 메구미는 자신의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힘은 학교 선생님과 친구, 가족으로부터 나왔다고 말한다.
과거의 상처를 거울삼아 다른 친구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학교폭력 예방을 주제로 영화를 제작한 메구미는 포기하려던 삶을 되찾고 영화 제작자라는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단순히 학교폭력의 가해자를 트러블메이커로 이슈화하고 피해자를 수치의 대상으로 만들어 음지로 몰아넣는 방법이 아닌 상호 소통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생각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른바 ‘소통 문화’가 시작됐다. 단순히 강압적 처벌만을 내렸던 가해 학생에게 1박2일 동안 티처 홈스테이를 통해 사제 간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사소한 오해와 장난으로 시작된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해 책임감을 키우는 또래 조정문화 등이 확산되면서 학생과 선생님, 가족 간에 잔잔한 소통의 변화가 일고 있다.
건강 전문 채널 쿠키건강TV는 어른들의 일방적 처벌과 무관심 속에서 사회문제가 돼버린 학교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운동을 카메라에 담았다. 기존의 사회적 태도를 반성하고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담당해야 할 바람직한 역할을 짚어보고 ‘소통 문화’를 통해 그 해답을 찾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일 기자 ivemic@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