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로 본 40대 “기계처럼 산 나날… 이젠 자기개발”

신용카드로 본 40대 “기계처럼 산 나날… 이젠 자기개발”

기사승인 2012-12-03 10:19:01

[쿠키 경제] 중견기업 부장 ‘사십대’씨는 최근 자기개발에 쓰는 돈을 부쩍 늘렸다. 허리가 휘어도 자식만 잘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앞서 늙어가는 선배들의 인생이 빈 깡통처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선배들은 돈 벌어 집에 갖다 바치는 것만이 존재 이유인 듯 공장의 기계처럼 살았다. 자신에게 미래는 없는 양.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자기들끼리 회사 인근 주점에서 밤늦도록 술을 마셨고 때때로 후배들까지 소집했다. 선배들은 암·고혈압·당뇨 등 각종 질환에 쓰러졌다. 건강한 사람도 정년이라는 절벽 끝에서는 무기력하게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런 선배들을 보며 사씨는 두려워졌다. 그는 만족스러운 노후를 위해서라도 자기개발에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일단 손 가는 대로 중국어 학원과 공인중개사 인터넷 수강권을 끊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실내 자전거와 아령 등 운동기구를 주문했다. 처자식보다 가까이하던 술과 담배는 줄이기 시작했다.

가공인물 사십대씨의 변화는 실제 40대의 신용카드 지출내역으로 나타난다. 40대 남성이 자기개발에 쓴 돈은 2008년 2028억원에서 올해 4297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반면 이들이 술집에서 긁은 카드 금액은 올해 1928억원으로 2008년보다 299억원 줄었다. 40대 여성은 2008년보다 3322억원 늘어난 5670억원을 올해 자기개발에 썼다.

40대 여성은 올해 홈쇼핑 결제금액(3508억원)이 2008년의 배로 늘었다. 백화점 결제금액이 올해 2428억원으로 주춤하면서 처음으로 홈쇼핑에 쓴 돈이 더 많았다. 불황이 계속되자 같은 물건이라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쪽을 선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살림을 도맡는 이들은 누구보다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40대의 인터넷쇼핑(전자상거래·PG) 금액은 남녀를 불문하고 급증했다.

다만 멋진 차를 타고 싶어하는 중년 남성들의 로망은 불황도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40대 남성이 올해 차를 사는 데 쓴 돈은 3407억원으로 2008년보다 2167억원(174.8%) 늘었다.

금융팀=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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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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